잠꼬대 아닌 잠꼬대 - 문익환
잠꼬대 아닌 잠꼬대
문익환 시
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나는 진짜 갈 거라고 가기로 결심했다고
잠꼬대 아닌 잠꼬댈 하네
꿈속의 그 길을 걸어가는
닿을 수 없는 그곳
멀지도 않은 그곳
오늘밤엔
오늘밤엔 우리 같이 할래요?
봄처럼 다가온 그 꿈속에
잠꼬대 아닌 잠꼬댈 하네
닿을 수 없는 그곳
멀지도 않은 그곳
오늘밤엔 오늘밤엔 우리 같이 할래요?
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역사를 산다는 건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구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구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 이렇게 주장 하는 일이라고
이 양반 머리가 좀 돌았구만
그래 난 머리가 돌았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
머리가 돌지 않고 역사를 사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그만두라고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갈 테니까
그러다가 총에라도 맞아 죽는 날이면
그야 하는 수 없지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가는 거지
난 지금 역사를 얘기 하는거야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산다는 것 말이야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그만두라고
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
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