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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수사 - 사냥인가 게임인가, <검찰의 심장부에서> 한동수, 오마이북, 2024

길찾기91 2024. 5.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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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수사 - 사냥인가 게임인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리더들은 수사를 '전쟁, 사냥 또는 게임‘으로 보는 것 같다. 2013년 당시 윤석열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여주지청장)은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 집행 등과 관련해 표범이 사슴을 사냥하듯 신속한 수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냥식 수사를 경험한 피의자는 여우몰이, 토끼몰이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게임은 전략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다. 특수수사를 게임에 대비해보면, 군사가 대치한 상태에서 장수(지휘하는 검사)가 적군의 종심을 가르고 적장(피의자)을 베거나 포획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한동훈 검사는 내가 감찰부장으로 부임하던 첫날 점심자리에서 '죄가 될만한 것은 어떻게든 찾으면 나오게 마련이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능한 검사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판사는 자신이 영장을 발부했더라도 증명이 없거나 죄가 안 되면 무죄판결을 선고한다. 수사를 하다가 안 되면 수사를 그만둘 줄도 아는 것이 순리인데, 그와 배치되는 말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사람의 목숨과 인생이 왔다 갔다 하는 수사를 비인도적인 전쟁이나 동물을 상대로 하는 사냥에 비견하는 것은 맞지 않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으로 보는 것도 옳지 않다. 게임은 '승리'를 목표로 하는 오락인데, 수사를 게임으로 본다는 것은 '영장'과 '기소'라는 목표를 위해 과도한 인권침해와 부당한 수사수단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게임으로 볼 경우에는 수사의 과정과 결과가 수사대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섬세한 배려가 작동할 여지가 별로 없다. 사건을 단순히 한 건 두 건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만 보지 말고,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생까지 함께 걸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듭 경청, 숙고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이다.

 

기소권을 쥐고 언론플레이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사람이 수사를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상대편은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죽어 나갈 수 있다. 한동훈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수사를 지휘했고, 반부패·강력부장을 떠난 뒤에도 조국재판을 수행하는 특별공판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조국은 형법교수이고,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이다.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는 능력이 상당할 터인데도, 82학번 법대 친구들과의 사석에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당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들었다.

 

수사는 본질적으로 수사의 필요를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임의수사라 하더라도 검찰에서 부르면 얼마나 조마조마한가. 특수수사를 전쟁이나 사냥, 게임으로 바라보는 검사들이 수사에 실패했을 때 본래 있던 죄를 못 밝혀냈다며 스스로를 무능한 검사로 생각할 경우 어떻게 될까. 그 수사에 투입된 검사들은 반드시 승리하고, 포획하고, 점수를 따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검찰의 심장부에서> 한동수, 오마이북, 2024, 2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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