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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 <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길찾기91
2024. 5. 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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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확신을 가진 사람은 바뀌기 힘들다. 의견이 다르다는 말을 들으면 그는 그냥 돌아서서 가버린다. 팩트나 숫자를 보여주면 그는 당신 자료의 출처를 의심한다. 논리에 호소하면 그는 당신의 논점을 보지 못한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저명한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어는 자신의 글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페스팅어 연구팀은 시커스라고 하는 시카고 지역의 소모임에 잠입했다. 시커스는 자신들이 외계 지적존재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그 중에는 사난다라는 여인이 있었다. 회원들은 그녀가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 화신이라고 믿었다. 그 모임의 리더는 연구자들이 메리언 키치(실제 이름은 도로시 마틴이었다)라고 부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동기록을 통해서 별들 사이에 오고가는 메시지를 받아 적었고 그 메시지를 통해 세상에 곧 멸망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키치의 펜을 통해서 외계인들은 지구 멸망의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었는데 그 날짜는 1954년 12월 21일이었다. 키치의 추종자들 중 일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재산을 처분했다. 그들은 대륙이 조각나고 미국 대부분 지역이 새로 생긴 바다에 수몰되면 비행접시가 내려와 자신들을 구조할 거라고 기대했다. 이들은 심지어 바지에서 지퍼를 뜯어내고 브래지어를 없애기도 했는데, 금속이 우주선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페스팅어 연구팀이 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예언이 실패했다. 먼저 2층 소년들(외계인들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이 나타나지 않았고 시커스는 구조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12월 21일이 되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페스팅어는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의 믿음 체계에 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된 사람들은 그 믿음이 고스란히 부정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처음에 회원들은 설명을 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곧 합리화가 등장했다. 편리하게도 키치의 펜을 통해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지막 순간에 모두가 재앙을 모면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페스팅어는 별에서 도착한 새로운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밤새 앉아 있던 작은 모임이 너무나 많은 빛을 뿜어내어 신께서 세상을 파멸로부터 구했다.' 예언을 믿고자 했던 그들의 뜻이 지구상 모든 사람을 예언으로부터 구했다!
이전에는 언론에 나서길 꺼리고 전도에 무관심했던 키치와 추종자들은 그날부터 자신들의 믿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느낀 절박함은 엄청났다고 페스팅어는 썼다. 이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지자 그 신념을 더욱 확신했다.
망상과 부정의 역사에서 키치와 추종자들만큼 극단적이었던 경우도 드물다. 직장을 잃었고, 언론은 그들을 조롱했고, 사람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을 그들로부터 떼어놓으려 했다. UFO 강박자들로 이루어진 키치의 소집단은 인간의 자기기만이라는 스펙트럼에서 한쪽 끝에 있다. 다른 쪽 끝에는 극도로 냉철한 과학자 한 명이 서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때마다 키치가 어떻게 결론을 바꾸는지 조심스레 기록한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라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추론에 휘둘릴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극단적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말이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질문해보자. 키치와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신념 체계에 대한 분명하고도 직접적인 반박이 나타나자 그것을 재해석하여 확증으로 바꾸었는데, 이때 이들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페스팅어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제안했다. 충돌하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있을 경우 또는 핵심 신념에 모순되는 팩트의 공격을 받을 경우 그 상황은 불쾌한 감정이나 불편을 야기한다. 그래서 사람은그 아이디어들을 다시 양립 가능하도록 만들어 부조화를 해결하려 한다. 목표는 정확성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들 간에 일관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때 먼저 생겼던 신념이나 소신, 특히 강한 감정적 믿음이 우선권을 가진다. 그래서 이에 어긋나는 정보를 확증으로 바꾸어 시커스의 이론에 일치시킨 것이다.
<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동녘사이언스, 2012, 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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