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이야기

기후변화, 책임과 경쟁력 사이 -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길찾기91 2024. 6. 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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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에서 중심으로

 

 

기후변화, 책임과 경쟁력 사이

 

최종건 기후변화도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기후변화 대응은 피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대통령님은 정면으로 대응하셨어요. 우리의 40%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상당히 어려운 국내적인 과정을 통해서 결정했고, 이는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일본보다도 더 혁신적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였죠. 2050탄소중립도 선언하셨고요. 이런 것들은 매우 보편적인, 글로벌한 이슈였습니다. 특히 기후 쪽에 힘을 실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문재인 개인적인 소신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었어요.

 

세계 10위권 국가로서 우리 경제구조는 제조업 중심이고,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 근간을 이루고 있어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업종이죠.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기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되지요. 이런 업종들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탄소 배출 순위는 세계에서 8~9위 정도 됩니다. 그러면 적어도 8~9위만큼 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되는 거죠. 그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이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그 책임에 대해서는 사실상 외면해왔던 거죠.게다가 석탄발전을 해외로 많이 수출했기 때문에 한국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탄소 감축에도 기여를 하는 것이 우리의 국제적인 도리이고 책임이기도 하죠

 

더 현실적인 문제로, 이제는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RE 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선언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배제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속도 있게 펼치지 않으면 우리의 무역에서도 굉장히 많은 장애에 부딪히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죠. 단적인 예를 들면,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어요.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종건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기후환경 정책을 국내적으로 어려운 프로세스를 거쳐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환경과 관련된 정책은 임기 중에 특별히 성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권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음 정부가 하게 하자'는 생각을 하기가 쉬운 건데요.

 

문재인 그만큼 무책임한 일이 없는 거죠. 세계적으로 약속된 시기가 2030년이에요.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기후협약 당사국은 2030년에 국가별 탄소감축 목표의 이행 여부를 평가받게 되어 있는데, 우리 전 정부까지 보면 그 목표를 다음 정부로 떠넘겼던 거죠 지금 정부에 들어와서도 우리 정부의 목표가 너무 과하게 설정되었다고 하면서 그 다음 정부로 또 떠넘기고 있는데, 그다음 정부가 떠넘겨 받은 부분까지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2030년 NDC 목표 달성에 따르는 고통을 역대 정부가 분담해야만 하는 것이고, 우리의 경제 능력을 높여나가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투자가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은 정말로 무책임한 일이죠.

 

아마도 다음 정부는 2030 NDC 목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면에서 모든 정부가 자기가 해야 되는 몫에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거죠. 우리 정부는 우리 앞의 정부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최종건 기록을 보니까 2019년 9월 23일 UN 총회 참석 당시 기후행동정상회의라고 있었습니다. 그때 세 가지 약속,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세 가지 약속은 첫째가 지속 가능한 저탄소경제로 조기전환시키겠다. 둘째가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 증액시키겠다. 마지막으로 P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를 개최하겠다였습니다. 세 가지 약속을 다 지켰고, 한 가지 제안도 실현되었습니다. 한 가지 제안은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UN 결의로 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년 9월 7일이 UN이 정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죠.

 

임기 중에는 9월 7일에 우리 정부가 세계와 함께 기념을 했는데, 지금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이 제안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기념일로서는 유일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 대응에서 문재인정부의 흔적, 레거시 legacy, 업적이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사실은 걱정이에요. 그나마 우리 정부 때 기후환경에 관한 국제기구들과 전문가들이 적어도 2030년까지, 그리고 2050년까지 이런 정도 속도로는 탄소를 줄여가야 한다고 권고했고, 우리도 그에 맞춰서 노력했던 건데, 2022년과 2023년에 들어오면서 그때의 예상보다 기후 위기가 훨씬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제 더 속도를 높여야 된다고 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런 채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이는 데다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서 여러모로 걱정스럽죠.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김영사, 2024, 55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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