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이야기
지위 상실이 가져온 암울한 결과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버라 F. 월터
길찾기91
2025. 2. 9. 17:18
728x90
반응형
지위 상실이 가져온 암울한 결과
현대 사회의 많은 내전은 이런 양상을 따른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정치학자 로저 피터슨은 동유럽 나라들의 20세기 정치사를 연구하면서 정치적, 문화적 지위의 상실이 이 지역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불씨 역할을 했음을 발견했다. 분열된 사회의 수백 개 종족 집단을 연구한 듀크 대학교의 정치학자 호로위츠도 동일한 결과를 발견했다. 전쟁을 시작하는 종족 집단은 나라가 자신들의 것이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위격하는 유고슬라비아에서 내전을 시작한 주체가 크로아티아인이나 보스니아 무슬림이 아니라 세르비아인이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다나오의 모로족과 마찬가지로, 세르비아인들도 자신들이 나라의 정당한 상속자라고 보았다. 그들은 한때 직접 통치했다. 유고슬라비아가 창건되었을 때 최대 규모의 종족집단이었고, 군대와 관료제에서 대부분의 고위직을 차지했다. 세르비아인들이 크로아티아에 이어 보스니아에서 폭력 사태를 개시한 것은 두 지역이 연방에서 탈퇴하면 자신들이 상당한 권력을 상실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수니파가 이라크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도 미국 침공 이후 자신들이 권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모로족과 세르비아인, 수니파는 모두 지위가 격하되었고, 전부 폭력에 의지했다.
지위 격하는 정치적, 인구학적 사실인 만큼이나 심리적 현실이기도 하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지위가 격하된 파벌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집단의 성원들이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지위가 상실됨을 느끼고 그 결과로 원한을 품는다는 사실이다. 여러 사례에서 원한과 분노가 파벌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피어런과 레이틴은 스리랑카 싱할라족이 싱할라어를 국가공용어로 만들려고 하자 <타밀족이 곧바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타밀족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경제적 지위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거의 언제나 불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권좌에 있는 이가 누구든 간에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고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갈 권리가 없다는 믿음이다. 지위 격하는 단순한 정치적 패배가 아니라 지위가 역전된 상황인 것이다. 지배적인 집단이 어느 순간 누구의 언어를 사용하고, 누구의 법을 집행하며, 누구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옮겨 간다.
인간은 원래 지는 것을 싫어한다. 돈을 잃거나 게임에서 패하는 것, 일자리, 존중, 파트너, 그리고 물론 지위를 잃는 것을 싫어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트버스 Amos Tversky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각 실험에서 대상자들에게 가령 1백 달러를 딸 확률이 50퍼센트인데 1백 달러를 잃을 확률도 50퍼센트인 도박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이 도박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원래 잃는 것을 싫어한다. 이득을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손실을 복구하려는 동기가 훨씬 강하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의 가난이나 실업, 차별을 참을 수 있다. 조잡한 학교나 열악한 병원, 방치된 기반시설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참지 못하는 한가지가 있다. 원래 자기 것이라고 믿는 장소에서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못 참는다. 21세기에 가장 위험한 파벌은 한때 지배적이었으나 쇠퇴에 직면한 집단이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버라 F. 월터, 열린책들, 2025, 93-9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