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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반론권, 방어권 - 진혜원 검사

by 길찾기91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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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권, 방어권]

이 계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표창장 사태'였습니다. 

단순히 '표창장 사태' 하나 때문이 아니라, 그 무렵 뉴햄프셔에서 개최된 과학경진대회에 제출해서 공학분야 우승한 뒤 예일대 간 학생과 그 부모는 수사를 안 하는데, 연일 표창장 사태가 무슨 큰 범죄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바람에 더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그리고, 이 업계에서 도사로 몰리면서(아직 도사 아님, 도 틀려면 멀었음 ㅋ) 느낀 절실한 사실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이야말로 사회악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

표창장과 예일대 사태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교에서 알아서 조사해서 입학에 반영할 문제이고, 검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표창장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학에서 발급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실제로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받을 경우 입학허가를 거부하면 될 일입니다.  지방대학 표창장에 아무런 의미가 없으면 대학이 입시에 반영하지 않고 무시한 채 다른 자료로 판단하면 될 일입니다. 

예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 수준에서 작성할 수 있는 논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면접에서 꼬치꼬치 물어보고, 자기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입학자료제출 과정에서의 정직의무 위반으로 입학 거부 처분을 하면 되는 겁니다. 

대학 교수들이 바보가 아니고, 고등학생들이 작성할 수 있는 논문의 한계도 알고 있으며, 수준에 맞지않는 논문이 제출됐을 때 검증하는 것은 대학 교수들인 면접위원들이 할 일입니다.

검증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검찰이 나서서 한 사람은 눈 감아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니야, 너네 교수들이 뭘 몰라서 그래, 이건 부정행위고, 큰일 나야 돼"라고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비단, 대학 입시 뿐만이 아닙니다. 

사회 각 분야의 자율 영역을 모두 침해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사는 국가기관의 가장 강력한 권한이기 때문에 헌법상 비례원칙에 따라 가장 최소한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삼성바이올로지의 가치를 뻥튀기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한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도 제기하는데, 왜 특정 시점의 적정 기업 가치를 주주가 아닌 검찰이 나서서 심판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정유라는 뭐가 문제여서 입학이 취소돼야 되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정유라의 경우 이미 승마특기자 서류제출 기한이 마감된 뒤에 취득한 경기대회 성적을 입학에 소급 반영했고, 그렇게 하도록 권력형 압박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는데, 그 사실을 학생들이 가장 먼저 알아채 총장 사퇴하라는 시위를 시작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사실관계가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로, 가히 학생혁명이라고 할 만 한 사건이었습니다. 

반면, '표창장 사태'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찍어내 '기소할건데 사퇴 안 할거냐'면서 더러운 거래를 제안하고, 거래에 응하지 않자 야밤에 기소하고, 증거 없이 덜컥 기소하고 나니 증거가 없어서 겁이 나게 되자 그 때부터 자택 주소와 압수수색할 장소를 기자들에게 알려주고 짜장면으로 보복의 생쇼를 벌이는 서커스 공연을 연출했다는 점이, 국가기관의 타락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야밤에 기소한 사건은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실은 거의 아무도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일가족의 동반 자살을 유도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하여 검찰 수사를 받던 분도 자살했고, 검찰 수사를 받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님도 자살하셨습니다. 

아마, 상대방은 조국 장관님과 그 가족들이 얼마나 강인하고 회복탄력성이 튼튼한 분들인지 예상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계셨다가 이 시점에서 출판물을 통해 반론권과 방어권을  행사해 주신다니 반갑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사에서 상대방은 방어권이 있고, 검찰의 주장은 일방적 주장일 뿐인데, 너무 한 쪽의 주장만 도배되어 왔던 것에 균형추가 조금이나마 잡혀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문하면 8일 뒤에 온다고 해서, 8일 뒤에 서점에 직접 가서 사기로 했습니다.

초판 200쇄쯤 가면 좋겠습니다.

 

- 진혜원검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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