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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설, 성명

유시민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며 재단 후원회원들께 올린 글 전문

by 길찾기91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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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며 재단 후원회원들께 올린 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저는 오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하 재단) 이사장 임기를 마칩니다. 지난 3년 동안 재단을 성원해 주신 후원회원과 시민 여러분께 이사장으로서 마지막 보고와 인사를 드립니다.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11만5천여 시민들이 한 차례 이상 후원금을 주셨습니다. 누적 후원금 총액은 2021년 6월 말 기준 976억 원이고, 금년 정기후원회비는 100억 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기후원 회원은 2021년 10월 14일 기준 63,423명입니다. 2만 4천여 시민들이 65억 5천만 원을 노무현시민센터 건축기금으로 특별후원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와 재단 임직원과 지역위원회 일꾼들은 그분들의 소망과 정성을 마음에 새기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입니다.

 

봉하마을의 (가칭)노무현대통령기념관은 건축을 완료하고 내부 전시시설 공사를 곧 시작합니다. 이 사업의 주체는 김해시이며, 재단은 기념관 건축과 전시시설 설계 과정을 성심껏 지원하였습니다. 재단이 짓는 서울 원서동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상층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집을 완공하고 두세 달 후 재단 사무처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노무현대통령기념관과 노무현시민센터는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5월 개관합니다.

 

2022년부터 재단은 시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섭니다. 노무현시민센터를 다 지었기 때문에 더는 후원금의 일부를 건축비로 적립할 필요가 없어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북돋우는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의 공연장과 강의실과 영상제작 시설 등은 시민 모두에게 열어 드립니다. 지역위원회가 더 힘 있게 시민들 곁으로 갈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의 사업을 확대할 것입니다. 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업을 기본으로 삼고, ‘민주주의 최후 보루’를 더 튼튼하게 구축하는 일에 더 크게 힘쓸 계획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모든 사업의 성과가 재단이 아니라 시민사회에 쌓이게 할 것입니다.

 

재단 이사회가 아직 후임 이사장을 선임하지 못해, 저의 이사장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저는 글과 말로 세상과 관계 맺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사장을 맡은 동안 자유롭게 쓰고 말하는 저의 행위가 재단 이사장이라는 직책과 종종 마찰을 일으켰습니다. 그런 위험을 피하려면 이사장을 연임하거나 임기를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0월 12일 임시 이사회는 저의 판단을 받아들였고,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정호 재단 이사를 권한대행으로 선임하였습니다. 이정호 대행이 이사들과 뜻을 모아 최대한 신속하게 후임 이사장을 선임할 것이라, 대행체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서비평 교양방송으로 전환한 ‘알릴레오 북스’는 계속합니다. 재단의 유튜브 구독자는 117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사장이 아니라 재단과 계약한 ‘고정 출연자’로서 ‘알릴레오 북스’ 시청자 여러분을 만납니다.

 

제가 재단 이사장을 퇴임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할지 모른다는 일부 정치인의 발언과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후보의 선거캠프 참여는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며 큰 책임이 따르는 행동입니다.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정치와 행정에 참여해 공동의 책임을 완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선거에 나가는 일도 공무원이 되는 일도 다시는 할 뜻이 없습니다. 제 몫의 책임을 질 의사가 없으면서 어찌 선거캠프에 몸을 담겠습니까. 저는 글과 말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존경하는 후원회원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면서 재단에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사셨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 같은 분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들어가시는 중입니다. 모두가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정부에서 일했을 때와 다르지 않은 의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재단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저로서는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노무현재단의 평생회원이자 늘 깨어 있고자 하는 시민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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