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좀 배워라. 이 양반들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두고 요즘 대선 후보들이 설익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 주장을 듣자면 이들이 전쟁을 무슨 비디오 게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우선 안철수 후보.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한 데 대해 “국방부 고장 수리 중?”이라고 비꼬았다. 과학 대통령을 외치는 이분에게는 정작 과학이 없다. 마하 10의 속도로 저공 불규칙으로 비행하는 발사체를 어떤 기술로 단 번에 분석할 수 있는가? 어떤 비행체인지 분석하려면 속도와 궤도, 형상까지 식별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여러 개의 군집 위성과 지상 및 해상 레이더, 지체시간이 제로에 가까운 대용량 데이터 통신, 인공지능이 뒷받침된 슈퍼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갖추어졌더라도 데이터 축적과 기계학습까지 완성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은 미국도 2030년대에나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나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 국방부가 슈퍼맨인가? 과학자인 안 후보가 과학자답지 못한 말을 한다.
그 다음으로 더 한심한 윤석열 후보. 그 킬체인 같은 소리 그만하시라. 그건 2010년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고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이 급조해서 내놓은 개념이다. 당시에는 북한이 고체 연료 미사일도 없었고, 이동식 발사대라는 것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나왔는데 이걸 킬 체인이라는 걸로 미리 때려잡겠다고 한다. 말인즉슨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명확한 조짐을 보일 때 쏘기 전의 발사 준비단계에서 제압해버리겠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다. 그런 킬 체인이 어디에 있나? 레이더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북한을 보지 못한다. 은폐되어 있고 이동하는 표적을 찾으려면 수백 개의 고성능 인공위성이 24시간 샅샅이 뒤져야 하고, 무지하게 빠르게 제압해버려야 한다. 몇 개 파괴한다고 해도 그 다음에 북한이 준비한 제 2격은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이 분들은 북한을 헤즈볼라 같은 일개 무장 집단 수준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선제타격이니, 공포의 균형이니 말을 나오는 대로 뱉어낸다. 도무지 수준이 안되는 이야기다. 국군통수권자가 뭐 하는 자리인지 모르는 거다. 대통령은 위기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통수권자의 핵심 임무는 선제타격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1962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핵 전쟁의 위기에서 소련을 어떻게 선제타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군사 지도자들과 달리, 소련이 전쟁을 하지 않고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느라고 고심했다. 그래서 핵 전쟁 위기를 가까스로 넘어갔다.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어 관저에 유폐되었을 때. 내가 속한 국방보좌관실에서 관저에 찾아가 우리나라 전쟁계획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당시 박병진 공군 중령의 설명을 들은 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알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무는 이런 전쟁계획이 실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정확한 자세다. 선제타격이건 뭐건 전쟁이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감당해야 한다.
이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모르면 좀 배워라, 이 양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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