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개장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입장문]
- 광화문광장, 돌고 돌아 오세훈식 ‘불통’ 정원으로 돌아오는가
- 서울시 조경사업으로 끝난 광화문광장, 만시지탄!
- 집회 불허를 공언한 반헌법적 광장운영 천명, 2009년 오세훈식 광장 개장 반복
- 시민참여는 고사하고, 조례상 기구 우회하는 임의 기구 만들어 운영방침 조정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오는 6일 재개장한다고 밝혔다. 2020년 7월 1일 일방적인 공사 착공 이후 2년 만의 일이고, 2019년 1월 국제현상공모 발표로부터 3년 7개월 만의 일이다. 국가 상징광장의 재구조화 과정이라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고 형식적인 공론화 과정조차 생략한 광장 조성은 불통 광장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2009년 ‘플라워카펫’과 ‘스키활강시설’로 구설수에 오른 광화문광장을 떠오르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6일 개장하는 광화문광장은 육조마당이라고 이름 붙은 시대착오적인 잔디광장이 조성된다. 애초 시민광장과 역사광장으로 구분하고 시민광장은 민주주의의 광장으로서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각종 정원 장식물로 지워졌다. 확실히 광화문광장은 광화문정원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광장의 외형적인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첫째, 시작부터 ‘집회 불허’를 천명한 반헌법적 광장이다. 8월 4일 <조선일보> 보도로 알려진 ‘집회금지’ 소식은 역시나 오세훈식 불통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 대변인은 6일 해명을 통해서 집회는 허가 사항이 아니지만 문화제로 신청해 집회시위로 변질되는 행사를 막겠다는 모순적인 발언을 한다. 또한 게다가 소음 측정방식의 규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가 2020년에 진행한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서도 소음 기준을 통한 일률적인 기준 마련은 어렵고 법률 자문을 통해서도 편의적 행정행위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아놓고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는 광장과 민주주의에 대해 2009년 수준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둘째, 시민참여를 형식화하고 관변 들러리 단체를 내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의견을 수렴한 ‘광화문광장 자문단’이 사실상 임의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광장운영과 관련한 심의 및 자문을 ‘서울시 열린광장시민위원회 조례’에 의한 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 광화문광장의 특화가 필요하다면 2020년 5월에 위촉하고 운영세칙까지 만든 광화문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기구를 모두 외면하고 서울시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들러리 세워서 ‘광화문광장 자문단’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운영한다. 반면 서울시가 시민참여기구로 홍보했던 광화문시민위원회는 177명이 위촉되었지만 202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년 8개월 동안 분과위원회 회의나 전체회의를 개최되지 않고 고작 7명의 위촉위원만 참여하는 상임위원회만 6차례 개최되었을 뿐이다. 조례가 있는데도 조례를 따르지 않고 기존에 만든 위원회가 있는데도 우회해서 결국 서울시 입맛에 맞는 전문가만 위촉해 운영했다.
게다가 위의 그림과 같이 광화문광장추진단은 7월 13일 각 부서별로 위원 추천을 의뢰하지만 8월 6일자 서울시 해명자료에는 자문단 위원이 불과 5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온다. 이 광화문광장 자문단이라는 기구가 애초 15명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고작 5명만이 위촉된 탓에 정원도 채우지 못한 기구라는 점이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셋째, 정보는 감춰지고 홍보만 넘쳐난다. 2019년 국제현상공모작 발표 이후 시민공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관련 정보를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공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광화문광장 홈페이지에는 박원순 전 시장시기에는 공개되었던 각종 행정자료들이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2019년에 진행한 4차에 걸친 공론장 자료가 없다. 당시 서울시가 발표했던 자료들은 현재 시점에서 광장 조성 과정의 평가 과정에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정작 서울시는 해당 자료를 감췄다. 대신 광화문광장 아카이브라는 사이트는 사진과 이미지 자료만 넘쳐나고 정작 광화문포럼에서 광화문시민위원회, 그리고 국제현상공모에서 공론장까지 진행했던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만에 서울시 행정수준이 퇴보할 수도 있는 건가 싶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행정 광장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울시는 광장사용에 대한 신청은 8일부터 받지만 사용은 22일부터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행정수요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은 7월 18일자로 서울시 전 부서에 ‘하반기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사전 수요 제출’공문을 발송한다. 즉 이미 행정수요를 바탕으로 광화문광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3일 서울시 문화정책과는 “대통령 지역공약 포함 사업으로 뷰티, 패션 등 다양한 한국문화와 한류 연관 산업을 종합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행사”로 “2022 한국문화축제 개최를 위해 사용허가 사전 수요를 제출한다”는 공문을 회신했다. 광화문광장을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골적인 행태가 버젓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작부터 이런 꼴이니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앞두고 기대감이 생기긴 커녕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광화문광장시민모임은 2019~2020년 서울시와의 거버넌스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수차례 강조했다. 첫째,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시민 참여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도심의 교통 수단과 구조를 혁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셋째, 시장이 바뀌면 한번씩 갈아엎는 광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가 돼야 한다. 그러나 개장을 앞둔 광장을 보면, 과연 시민단체와 서울시와의 지난한 거버넌스가 새 광화문광장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는지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우리는 6일부터 재개장되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또한 광장과 관련한 거버넌스에 대한 감시와 함께 사업과정에서의 문제점 역시 확인할 것이다. 2009년 오세훈 시장이 닫았던 서울광장을 시민발의로 열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의 힘이었다. 결국 서울시 조경사업으로 끝난 광화문광장이라니, 만시지탄이다.
2022년 08월 05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문화도시연구소, 문화연대, 서울시민연대,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행정개혁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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