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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김완하

by 길찾기91 202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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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 김완하

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억수장마에 검게 타버린 솔숲
둥치 부러진 오리목,
칡덩굴 황토에 쓸리고
계곡 물 바위에 뒤엉킬 때

산길 끊겨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저 가파른 비탈길 쓰러지며 넘어와
온 산을 휘감았다 풀고
풀었다 다시 휘감는 뻐꾹새 울음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 내며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슬러
바로 세울 때가 있다

그 울음소리에
달맞이 꽃잎이 파르르 떨고
드러난 풀뿌리 흙내 맡을 때
소나무 가지에 한 점 뻐꾹새는
산의 심장에 자신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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