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 종사자 접종에 앞서 삶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드리는 분들에게 드리는 글
2021년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를 시작으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됩니다. 요양병원, 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의 65세 미만 입소자와 종사자가 대상입니다.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인 백신 접종을 앞두고 실시된 조사에서는 대상자 37만 명 가운데 93.8%가 접종의사를 밝히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접종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상당수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이 글과 부탁을 드립니다.
코로나 19는 가혹한 감염병입니다. 모든 감염병은 고연령층과 집단생활자에게 위험하지만 코로나 19는 다른 감염병보다 유난히 피해가 더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80세 이상 어르신은 전체 감염자의 5%에 불과하지만 사망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56%에 달합니다. 또 작년 연말을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 중 35%가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발생했습니다.
최근 많은 요양병원, 요양원 종사자들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백신에 대한 질문도 많지만, 감염관리나 위험성, 전망도 자주 물어보십니다. 그런 과정에서 얼마나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힘든 상황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장기요양시설은 처절한 전쟁을 1년간 벌이고 있습니다. 집단유행으로 코호트 격리를 받거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시설이 아니더라도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면회는 거의 1년 가까이 금지되고, 근무자는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강제되어 있습니다. 출퇴근 이외의 사회생활은 거의 없어졌다시피합니다. 경영자들도 경영상황악화와 엄격한 입퇴원 절차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은 환자들이 받고 있습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오랫동안 사회를 위해 애써오신 분들이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시설로 무엇보다 가족과 사회와의 교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임종마저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제 이런 고통을 줄일 방법이 생겼습니다. 바로 코로나 19 백신 접종입니다. 피해가 집중되는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진다면 중환자로 인한 병상 수요를 줄이고 사망으로 인한 피를 막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코로나 19에 잘 버틸 수 있게 됩니다. 또 현실적으로 요양시설과 종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코호트 격리 등의 가혹한 조치를 피할 수 있게 되고, 종사자들도 지금처럼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또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도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요양시설 내에서는 노령 환자에 의해 많은 바이러스양에 노출되어 더 코로나 19에 위험합니다. 이런 위험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백신접종의 장점은 대부분의 요양병원 종사자가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마도 백신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백신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많은 논쟁은 백신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와 전세계에서 먼저 시행된 접종 자료를 보면 백신이 매우 안전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접종을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1.5억회 이상 코로나 19백신 접종이 이루어졌고, 특별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투명하게 백신 부작용자료를 공개하는 영국도 화이자는 500만건, 아스트라제네카는 200만건 이상 접종되었고, 부작용 자료도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결과는 매우 좋습니다. 수백만명 중 심각한 중증 이상반응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임상시험에서 우려되었던 안면마비, 횡단성 척수염 등의 합병증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접종 결과가 코로나 19백신은 매우 안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다른백신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식도 백신접종을 주저하는 원인입니다. 그러나 백신의 효과는 단순히 임상시험에서 제시되는 %가 전부는 아닙니다. 백신은 유증상 감염을 막아주는 효과 이외에도 사망과 입원을 막아주는 기능, 감염자에 의한 전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이런 효과에 대한 증명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종사자들에 대한 접종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한 일반인 대상 접종과 목적이 다릅니다. 최대한 빨리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계신 분들을 보호하고,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접종입니다. 지금 백신은 매우 안전하고, 우리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백신접종이 이번 2회로 끝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기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어 업데이트된 백신을 최소한 1번 이상 더 접종해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 쓸 수 있는 안전한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백신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주시기 위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계신 많은 분들이 고생해주셨습니다. 그 고생을 끝내고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백신 접종이 필요합니다. 부디 접종에 참여해주길 부탁드립니다.
-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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