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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련이 진들 - 박용주

by 길찾기91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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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진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 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 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 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픔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박 용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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