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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뒷감당 - 박두규

by 길찾기91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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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감당

                                  박두규

언제 왔는지 할머니가 
서툰 괭이질을 하는 내 뒤에 와서,
어젯밤 봄비로 작물들 갈증이 
해소되어 참 고마웠는데,
그 뒷감당으로 곱던 
앞마당 살구꽃이 다 졌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하던 괭이질이나 잘 하란다.

언제 왔는지 할머니가 
풀 뽑고 있는 내 뒤에 와서,
어제는 봄나물 한 소쿠리 
길가에 앉자마자 
금세 다 팔려 고마웠는데,
그 뒷감당으로 부산에서 일하는 
둘째가 다쳤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뽑던 풀이나 잘 뽑으란다.

고마운 것은 그냥 고마운 것일 뿐 
뒷감당하고는 관계없다고 
한 마디 거들었더니, 할머니는 
일없다며 하던 일이나 잘 하란다. 
하릴없이 툇마루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두텁나무 숲으로 들어온 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뒷감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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