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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열린공감TV 인용 보도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 오마이뉴스 기자들

by 길찾기91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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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들이 10일 오후 발표한 성명 전문.

열린공감TV 인용 보도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의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 인터뷰를 인용보도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안 전 회장이 1997년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고, 이 자리에 '쥴리' 김건희씨를 소개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대통령 후보와 그 가족은 공직후보자로서 당연히 국민들의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언론의 검증보도는 거기에 주요한 기여를 해왔습니다. 또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데에는 종합적 관점을 가져야 하므로 필요하다면 공적 지위를 갖기 전, 수십년 전 일이라 해도 때론 검증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열린공감TV 인용보도는 보도 내용부터 과연 공직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사안인지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나는 줄리가 아니다'란 김건희씨 말의 진위를 살피는 일이 공직후보자 가족의 도덕성 검증이라 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 한 개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받아쓰는 데 그친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가 정말 말하고 싶던 것은 '술집여자였던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감이 아니다'라는 이야기 아니었습니까? 그것이 진의가 아니더라도, 이미 이 기사의 의도는 그렇게 소비되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기사는 특정 직업군 여성들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매체들이 해당 보도를 인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우리보다 덜 부지런해서, 또는 덜 정의로워서일까요?

보도 방식 또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기사 속에서 '쥴리가 김건희다'라는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접대 받은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제보자 1인의 진술뿐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또 다른 진술이나 출입 기록 내지 사진 등의 다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해당 제보자는 방송 말미 자신이 이재명 후보에게 태권도를 지도한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제보자 진술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선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용보도라 할지라도 특정인의 사생활을 겨냥한 보도인 만큼 당사자 또는 당사자 측의 반론 청취는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는 올 6월 김건희씨가 타 매체에 해명한 입장만 반영돼 있습니다. 당사자 반론 청취가 어렵다하더라도 캠프 측 입장 내지 반론 취재 여부를 명시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이재명-김부선 논란, 조동연 논란 등을 다뤄오면서 공직자의 사적 영역을 불필요하게 공론의 장으로 떠밀지 않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 과정과 결과물이 100점짜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진보언론으로서 인권과 알 권리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고자 분투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또 오마이뉴스가 창간 때부터 추구해온 것은 '가슴을 뛰게 하는 뉴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쥴리' 앞에선 어떠했습니까? 지금 우리는 '쥴리가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의 배우자였다면 해당 보도가 이뤄졌겠냐'는 질문마저 받고 있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식의 쥴리보도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가닿도록 하는 뉴스일까요. 구성원 여러분들과 함께 되묻고, 고민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2021년 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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