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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설, 성명

폭력은 권력을 닮습니다. -제주 4.3을 대하는 현 정권의 태도. 추미애

by 길찾기91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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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권력을 닮습니다.
-제주 4.3을 대하는 현 정권의 태도

1. ‘이념과 아무 상관도 없는 무고한 주민들을 마음에 안 든다고 마구잡이로 죽여 버린 완전히 미쳐버린 세상’이었습니다. 암흑세상이었습니다.

2. 제가 24년 전 제주 4.3 수형인 명부를 발굴했을 때, 희생자들이 내란과 반역죄라는 엄청난 죄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십대 소년이나 농부같이 이념과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들인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그 문건의 발견을 시작으로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하고 정부의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의 긴 시간이 흘러 수형인 명부를 근거로 재심을 통해 무고의 족쇄를 벗겨드리고 영혼의 자유나마 찾아드리게 되어 후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습니다.

3. 나라를 찾고자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며 일제의 총검 앞에서도 맞섰던 국민에게 도리어 해방된 조국이 폭력집단이 되어 총검을 들이댔습니다. 괴물이 된 경찰과 서북청년단, 토벌대가 휘두르는 총칼로 양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동백꽃 떨어지듯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여기저기 마을이 불타고 잿더미가 됐습니다.

4. 얼마 전 ‘제주 4.3 수형인 명부’의 발굴자로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절로 흐르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참상을 그려보는 것으로도 한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전율이 일고 슬픔을 가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5. 그런데 입만 열면 미래를 말하는 윤석열 정부가 “묻지 마 친일외교”로 나라를 120년 전 구한말의 혼란한 과거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법치를 입에 달고 사는 집권당의 의원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라는 황당한 망발을 했지만 혼을 내기는커녕 최고위원이 됐습니다. 검찰정권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일 뻔했던 전직 검사의 학폭 아들은 “돼지XX, 제주서 온 빨갱이”라고 피해자를 괴롭히고도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은 것은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의 집단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6.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관한 법>에  따른 진상을 규명을  방해하려고 극우세력은 여러 차례 위헌 시비를 걸었지만 번번이 패소했습니다.  
23년 전 통과된 법에 따라 정부가 밝힌 진상을 뒤엎고 새삼 색깔칠을 시도하는 것은 반인륜·반인권·반법치인 것입니다.  

7. 폭력은 권력을 닯습니다.
제주 4.3에서 서북청년단에게 살인 폭력할 수 있는 권력을 쥐어 준 이승만과 광주 5.18에서 계엄군에게 살인 폭력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전두환이 닮은 꼴이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검찰 정권 아래에서 전에 없이 나부끼는 “제주 4.3 공산폭동” 극우 현수막의 등장은 서북청년단 식의 폭력과 선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매우 섬뜩하고 우려스럽습니다. 실제 서북청년당 명의로 집회가 신고되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8. ‘수형인 명부’ 등의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에 국가가 나서야 할 때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은 유감입니다.
더구나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한 일본은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짓밟고 제3자 배상안을 내놓자 강제노동을 부정했습니다. 대통령이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신청에는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제주 4.3에 불참하는 것은 매우 대조가 되는 처사입니다.  

9. 헌법 수호를 정치 명분 삼았던 윤 대통령 아닙니까? 그렇다면 인권의식 없는 헌법 수호가 따로 있습니까? 제주 4.3에 대한 태도는 인권을 대하는 태도인 것입니다.
인권없는 미래가 있습니까?누가 시비걸고 미래의 길목을막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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