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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인재(人災) 로 만들어진 괴물산불, 산림청은 책임지고 사죄하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4천여 채의 주택이 전소되며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1,300년 동안 보전돼 온 고운사 사찰 역시 잿더미가 되었다. 숲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비인간 생명도 큰 피해를 보았으나 이는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을 2000년 동해안 산불의 두 배인 4만5천 헥타르라고 발표했지만, 위성 기반 식생지수(Vegetation Index)를 활용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실제 피해는 10만5천 헥타르에 이른다. 이는 산림청이 발표한 수치의 약 2~2.6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피해 규모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확인부터 산림청은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지적과 동떨어졌다.
다수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내 산림정책이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산림청은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만 남기는 숲가꾸기 사업을 지속하며 오히려 산불 위험을 키워왔다. ‘비밀병기’로 자찬해온 임도 역시 실질적인 진화 효과는커녕, 바람길 역할을 하며 산불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이러한 우려를 ‘비전문가의 주장’으로 치부하며, 자신들이 산불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소방청으로부터 대응 권한을 이관받기까지 했다.
그 결과, ‘괴물산불’이라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소나무림이 밀집된 의성군은 생태계가 전소될 만큼 광범위하게 불탔다. 소나무림에 붙은 불이 수관화로 이어져, 강풍을 만나 날아다녔다. 강풍을 탄 불똥은 임도의 폭을 넘어 번졌고, 접근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임도의 방향을 따라 산불이 위가 아닌 좌우로 퍼졌다.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산불위험예보시스템과 지휘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긴급재난문자는 혼선을 반복했고, 주민들은 대피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도로와 차량 안에서 참변을 당했다.[1] 고령의 주민들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자력 대피가 어려웠고, 피해는 더욱 확산됐다. 급히 투입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소방청이 아닌 산림청 또는 지자체 소속이었으며, 대부분 3~5개월 단기 계약직 또는 공무직 형태였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로, 90대도 포함돼 있었다. 진화대원은 전문 교육이나 훈련이 부족했고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초동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했다.[2] [3]
피해 규모와 대응력의 총체적 부실을 고려할 때, 산림청은 산불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명백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책임 있는 성찰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산불 진화 역량’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임도의 필요성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산림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임도 없이는 산불 진화가 어렵다며, 2019년 ‘임도설치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산불예방임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당시 시행령은 보전 가치가 있는 산림과 주요 시설 인접 산림에도 임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했고, 이를 통해 전국에 수많은 임도가 설치되었다. 작년에는 산불재난 신속대응을 이유로 경부고속도로의 8배에 달하는 3,332km 규모의 진화임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4] 이번 대형산불 이후에도 근본적 대책 없이 과거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산림청은 국립공원 안에도 임도를 조성하려 하고 있으며, 산사태에 대한 공포심을 부각시켜 정밀 진단도 없이 긴급벌채를 서두르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번 산불은 LA 대형산불의 10배에 달하는 피해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산불의 횟수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불은 결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이 아니다. 이토록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에서 자발적인 반성이나 책임 있는 변화의 자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산불을 명백한 인재로 규정하며, 반복되는 실패를 방치한 산림청에 책임을 묻는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림은 재난을 막고 생명을 지키는 방어막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산림과 재난 대응을 위해서는, 산림정책의 철학과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나무 단일림 위주의 조림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검증되었고, 임도가 실질적인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해졌다.[5] 또한 임도밀도 산정 기준이 달라 해외보다 임도가 적다고 볼 수 없음도 검증되었다.[6] 그러나 산림청은 여전히 긴급벌채, 조림, 숲가꾸기, 임도 조성, 헬기 구입 등 예산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 증액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경고를 수용하는 구조적 개혁이다.
우리는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 당시의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경험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산불 피해지 복구는 벌채와 인공조림이 아니라, 자연기반해법에 기반한 자연 복원 방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7] 불탄 숲은 그대로 두어도 20년이 지나면 산불에 강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참나무림으로 회복되고, 40년이 지나면 토양도 안정화된다.[8] 반면 긴급벌채와 인공조림은 토양침식과 산사태를 유발하고, 잘못된 수종을 심을 경우 조림 실패나 소나무 재조성으로 이어져 대형 산불이 반복될 수 있다.[9] [10]
2023년 산불로 피해를 입었던 지리산국립공원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지리산에는 약 160 헥타르 지역이 산불 피해를 입었는데, 나뭇가지까지 모두 탄 경우는 대부분 침엽수 군락이었으며, 피해가 적을수록 활엽수 군락 비율이 높았다. 또한 벌채를 하지 않아도, 불에 소실된 지역에서는 다음 해에 바로 산죽(조릿대)이 올라왔으며 활엽수는 잎을 피워내며 자연복원이 되었다.[11] 동해안 산불지역에서 긴급복구를 명목으로 중장비가 동원되어 대규모 벌채한 결과, 피해지역의 토사유출량이 무려 2,000배나 증가했다는 것이 이미 검증된 바 있다.[12] 이는 곧 제대로 된 진단과 평가 없이 긴급벌채계획을 서두른다면 오히려 산사태의 위험을 키우게 될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쟁점은 팩트에 근거한 검증과 공개된 숙의 과정을 거쳐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권의 책임이자 역할이다. 산림청을 둘러싼 문제의식이 날로 커지고 있고, 언론과 시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산림청의 청부 입법을 도와주고 숙원 사업을 밀어주는 일부 국회의원만이 눈에 띌 뿐이다. 기후위기 시대 산림은 생태계 서비스의 정의로운 분배와 국민 생명, 국가 안보를 지키는 공공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산림청은 대형산불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입은 주민과 염려하는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죄부터 하라!
둘째, 산림청은 산사태 피해를 불러오는 긴급벌채 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숲가꾸기와 임도 쟁점에 대한 현장검증 토론 제안을 수용하라!
셋째, 정부와 국회는 2차피해를 유발하는 긴급벌채와 조림에 들어가는 비용의 지원을 중단하고, 먼저 산불 이재민과 피해주민에게 긴급한 지원과 충분한 보상에 집중하라!
넷째, 정부와 국회는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산불피해지 회복력 진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산불피해 복구방안을 마련하라!
다섯째,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은 산불 이슈와 쟁점을 점검하여 재난에 강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정책대안을 모색하라!
우리는 이 요구사항에 대한 합리적 논의, 그리고 최선의 대안이 수립될 때까지 비판과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선, 산림청의 왜곡된 설명과 은폐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산불 피해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 검증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 국회의원,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2025. 04. 17.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
가로수시민연대, 가치쓰제이협동조합,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강원생명평화기도회, 경남환경운동연합, 경주환경운동연합, 고양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기후재난연구소, 김해환경운동연합,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대구환경운동연합, 딱다구리보전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미디어공작소 노림,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 반달곰친구들, 부산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사천환경운동연합, 산과자연의친구, 생명다양성재단, 생태환경교육활동연구소,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서울환경연합, 수달친구들, 숲여울기후환경넷, 안동환경운동연합, 양산환경운동연합, 에코코리아,울산환경운동연합, 은평민들레당, 이화여대 이화생활도서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이화여대분회, 전북녹색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진보당 진주시위원회, 진주YMCA, 진주YWCA,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진주녹색당, 진주시여성농민회, 진주여성민우회, 진주여성회, 진주참여연대, 진주텃밭, 진주환경운동연합, 창녕환경운동연합, 태양의학교,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퍼머컬쳐네트워크, 평화로가게(주)농업회사법인, 포항환경운동연합, 하동참여자치연대,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은총의 숲, 한국도시숲치유협회, 한살림경남생협 진주지부 (이상 60개 단체)
[1] (한겨레21) “이번 산불 대응, 고속도로에 중앙선 안 그린 셈” 퇴직 앞둔 산불 베테랑의 호소
[2] (아시아경제) "산불진화대원 평균 65세에 90대도 있어"…고령화 심각
[3] (SBS) 산불진화대 평균 연령 65세…"방화복 없이 일하는 실정"
[4] (산림청) 산불재난 신속대응 위해 산불진화임도 확충한다!
[5] (한겨레21) 산불, 솔방울 뻥뻥 터지며 순식간에 번져
[6] (MBC뉴스) 임도 없어서 산불 확산 못 막았다는 산림청‥실상은?
[7] (조선일보) 美 조림 원칙은 'Let it grow'… 호주·스페인도 자연 복원 우선
[8] (내일신문) [산불지역 자연복원] 자연복원이 인공조림보다 숲 재생속도 훨씬 빨라
[9] (한겨레21) 산불 복구 현장 가보니…인위적으로 베어내 굽이굽이 ‘민둥산’
[10] (조선일보) 산불 복구는 어떻게… '강원 옥계의 실험'에 답이 있다
[11] (동아일보) [단독]2년전 지리산 산불 대부분 자연복원…비결은 ‘활엽수림’
[12] (내일신문) 산불 피해지, 토양침식 막는 게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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