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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의 의미, 위민 투 드라이브, 마날 알 샤리프. 혜윰터

by 길찾기91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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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의 의미, 위민 투 드라이브, 마날 알 샤리프

 

 

<위민 투 드라이브>(마날 알 샤리프, 혜윰터. 2021)

 

 

한 사람의 특별한 세상살이를 읽었다. 오래 힘겨웠으나 결국 극복해낸 이야기다. 결코 녹록치 않았을 그 시간을 다 가늠하기 어렵지만 심정적으로는 절절하게 느끼면서.

이 책의 저자 마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조적인 모순 앞에서 절망할만한 여러 사건을 겪는다. 여성이기에 배움의 기회 앞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일상 곳곳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차별 앞에서 절망했으며, 뜨거운 사랑을 했으나 결혼이라는 제도 앞에서 작아지는 상황들을 겪었다. 사우디 여성으로서는 아주 괜찮은 직장을 얻었지만 그곳에서도 불편과 차별이 상당했던 긴 시간. 그래도 그곳에서의 경험이 마날을 깨어나게 한 측면도 있다.

 

외부인의 시선에서야 너무도 당연한 여성의 운전이라는 일이 그토록 비참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어야 했고, 교도소를 가거나, 모두의 외면을 받는 일이어야 했던 그 시간을 그녀는 결국 이겨냈다. 당연히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그것을 위해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른 문화를 가진 것은 다양성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한 인간을 깊은 차별의 세계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런 것이라면 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일이며,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누구도 권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순수한 소녀의 시간과 극단적 종교근본주의자로 지낸 학창시절과, 대학에서의 비교적 자유로웠던 시간, 직업에서의 만족에도 불구하고 겪은 힘겨움, 결혼생활로 드러나는 그 시대 그 나라의 모습, 작은 도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이루어낸 삶의 여정을 책을 통해 살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가 안돼 힘들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너무도 공감가는 이야기들에 무릎을 탁 치며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몹시도 근본주의적이었던 내 소년기 신앙의 모습도 떠올리면서.

 

결국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은 다 할 줄 안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게 문제일 뿐. 저자는 말한다. ‘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된다’고. 그 한 방울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아주 교과서적인 독후감을 내놓기에는 내 삶이 너무 비루하다. 그간 난 뭘 하고 산걸까. 누구보다 먼저 시작하고 꾸준히 일해왔다 여기는 일들이 있지만 돌아보면 손을 빠져나간 모래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음을 느낄 때마다 갖는 회한이다. 하지만 이 조차도 배부른 소리임을 안다.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긴 세월을 돌아보면 참 많이 변화되었음을 볼 수 있으니까. 아직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문화와 질서 속에 사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책소개

이는 단지 제도에 관한 것만이 아닌 우리가 자신의 삶을 주도해 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마날 알 샤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남성중심적인 사회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 메카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극단주의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자랐다. 교육을 중시하던 엄마의 노력 덕분에 마날은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서 여자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꿈을 찾아 공부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세계와 현실에서 사우디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자신의 한계를 비교하게 되고 의구심을 느끼면서 점차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남성 후견인 없이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불합리한 이동권에 반기를 들고 법이 아닌 관습으로 제한되던 운전에 감히 도전했다가 체포되어 수감되었던 마날은 우발적으로 활동가가 된다. 이렇게 한 여성에서 한 사람으로 홀로서기까지의 각성을 담은 한 사우디 여성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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