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와 수사 사이 어디쯤 -수사청부의혹사건
제가 어느 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이 법적 대응을 한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짧은 발언이었는데, 제대로나 말해보고 고소를 당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홍보가 잘 된 수사는 실패하는 법이 없습니다.
어느 피의자에 대하여 물량공세의 보도가 이어지면 법관의 저울은 영점에 머물기 어렵습니다. 차곡차곡 쌓여진 기사가 검사가 법원에 제출한 증거에 더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무죄가 선고되어도 기사에 의하여 뿌려진 정보에 압도된 대중들은 이미 유죄의견을 형성했으므로 검사로서는 성공입니다. 검사가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오던 검사와 기자는 서로 너무나 닮아갑니다.
이동재 기자가 이철 대표에게 보낸 편지는 검사들의 협박과 회유에 관한 고전적 테마, 추가건과 가족을 담고 있습니다.
이동재 기자는 2020년 2월 17일 이철 대표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이 대표는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추가기소되어 1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직후였습니다.
수감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이 추가건인데, 그 두려움을 가장 절실하게 느낄 때입니다.
그런데 그 편지는 더 철저하게 괴롭혀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사건 대비 유례없이 무거운 형을 선고받으시고 거기에 추가 형량까지 더 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황망하실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로 시작해 걱정해 주는 양하더니 “현재 검찰은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습니다. 확실하게 수사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도 있었습니다. 남부지검장도 이에 호응했다고 합니다. 윤 총장이 직관하는 만큼 수사는 과도하게 이뤄질 것입니다”로 이어집니다.
3월에 보낸 편지는 가족으로 나아갑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으시다면 이는 향후 전략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벨류인베스트파트너 대표로 등재됐던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친지.측근 분들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수사의 목표가 "예전 수사에서 부실했던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임에 따라 가족 분들이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카드는 언론사와 조율해 세상에 나올 때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가족의 실형 선고를 막는 데에 적절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그럼 어떻게 언론사를 통해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조작의심 사건에는 유사한 패턴이 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 1, 2차 사건, 서울예술종합학교 입법로비 사건에서 뇌물 혹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한 사람들은 모두 검찰에서 수사를 받거나 복역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협조의 대가로 횡령 또는 배임 규모를 축소해서 기소하거나 여죄를 아예 뭉갰다는 의심이 있습니다.
라임의 김봉현 회장이 옥중편지로 공개해서 결국 실패하게 된 공작도 그런 패턴이지요.
여기서 회유와 협박의 역할을 기자가 하면 표적수사의 의심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사로 특종을 터트린 다음 그 단서에 의하여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는 거니까요. 실패를 해도 위험부담이 없고 또 드러나도 꼬리자르기를 하면 됩니다.
기자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있다고 검사가 상사라도 되는 양 이야기하고 그 검사는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3월 10일 후배기자와의 대화에서는 상사의 뒷담화를 하듯이 이야기합니다.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야. 되게 자기가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공생관계를 형성해오던 검사와 기자가 새로운 협력의 영역에 도전한 것이 아닌가 해서 저는 이 사건을 애매하게 검언유착보다는 “수사청부의혹사건”이라고 불렀고, 토론회에서 그러한 생각을 표명하였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이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이 정도 의견표명은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연하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 이연주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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