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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죽창가

by 길찾기91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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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가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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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단단하고 속이 비어 있다. 구멍을 내어 불면 악기가 된다. 가늘게 바르면 탄탄하게 휘어져, 틀을 잡아 짜면 그릇이 된다. 담장도 되고 어구도 된다. 자리도 되고 죽부인도 된다. 낫으로 끝을 사선으로 치면 날카로운 창이 된다. 사람의 몸에 찔러넣을 수 있는 죽창이 된다.

전봉준 장군이 농민군과 고부 관아를 점령한 후 농민군 사령부를 백산(白山)에 설치한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남도의 농민이 너나없이 백산으로 모여들었다. 총칼이 없어 죽창을 들고 모이었다. 다들 흰옷을 입었으니 농민군이 서면 백산은 말 그대로 백산이 되었고 농민군이 앉으면 죽창이 숲을 이루어 죽산(竹山)이 되었다.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란 말이 만들어져 전해내려온다.

죽창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농민이 도저히 이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이 설 때에 자연에서 얻어내어 손에 쥐는 무기이다. 애초에 상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총칼 같은 공격용 무기와 달리 농민이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일상의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저항용 무기이다.

죽창이라는 말이 무서운가. 죽창을 든 농민이 무서운가. 살겠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마지막 저항의 무기로 든 것이 겨우 죽창인데, 이 죽창이 이념편향적으로 보이는가. 그대, 탐관오리인가.

- 황교익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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