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의 진실>
고 김재윤 전 의원이 심성이 착하고 선한 사람인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김재윤의 죽음에 그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말할 수 없는 애통함에 잠겨있습니다. 고인이 떠나기 전날 만났던 절친으로서, 저는 그의 이야기를 전할 의무감을 느낍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시절 김재윤, 안민석 등 몇 명의 야당 의원들은 정권의 미움을 샀습니다. 안민석, 김재윤 두 야당 3선 의원은 형제 같은 절친이었는데, 안민석은 2014년 4월 대정부질문에서 정유라 승마 의혹을 폭로했고, 절친인 김재윤 언론정상화특별위원장 역시 박근혜 정권의 저격수로 청와대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2014년 여름부터 김재윤, 안민석을 구속시키기 위한 청와대 음모가 실행됩니다. 검찰은 안민석의 지역구 버스회사의 횡령 사건을 손에 쥐고 버스회사 사장이 안민석에게 돈을 주었다는 허위진술을 5개월간 강요했고, 사장이 거부하자 사장, 부사장, 노조위원장까지 회사 횡령 사건으로 구속시켰습니다. 노조위원장은 출소 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2014년 7월 이 버스회사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는데, 직전인 6월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안민석, 00교통 1억’이라고 적혀있는 메모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밝혀졌습니다. 안민석을 감옥에 보내라는 청와대 하명수사였다고 확신합니다.
같은시기 2014년 여름, 검찰은 서울예술종합학교 이사장의 교비횡령 사건을 가지고 김재윤을 감옥에 보내기 위한 똑같은 패턴의 수사를 개시합니다. 검찰이 교비횡령 사건을 활용하여 서예종 이사장을 압박해서 김재윤에게 돈을 주었다는 허위진술을 결국 받아냅니다. 민정수석 수첩에는 서예종 이사장이 진술서를 작성한 다음날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적혀있습니다. 지난해 KBS 시사직격은 청와대 하명수사, 형량거래, 허위진술 강요의 김재윤 사건 의혹을 자세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이때 신계륜, 신학용 두 분도 구속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입니다. 돈을 주었다는 서예종 이사장은 뇌물공여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교비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은 이사장은 고작 1심 집행유예로 종결되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는 안민석, 김재윤을 동시에 감옥에 보내 끝장내려 했지만, 안민석은 화를 면했고 김재윤만 구속되었습니다. 최재형 판사와 김재윤의 악연은 2015년 사법농단 시절에 시작되었습니다.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밀당이 무르익던 시절이었습니다. 김재윤은 1심 재판에서도 돈 받은 사실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지만 오직 이사장의 진술만으로 3년 실형을 선고받아 좌절했습니다. 그래도 김재윤은 최재형 2심 판사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최재형 판사는 이사장이 돈을 주었다는 학교 현장검증을 진지한 표정으로 진두지휘했는데 현장검증에 동행한 김재윤과 저, 그리고 김재윤 동생과 변호사는 무죄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크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1심보다 1년을 높인 4년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돈을 주었다는 이사장의 진술 외에 증거가 없는 사건인데 4년 실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이사장과 김재윤 두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여 1심에 무죄가 내려진 부분도 2심에서는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최재형 판사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는지 지금도 묻고 싶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 판결을 내린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김재윤은 분개했고 억울했습니다. 김재윤은 구속 후 33일간의 옥중단식을 하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소금도 먹지 않고 물만 먹으며 33일간 단식한 것은, 항의표시가 아니라 죽겠다고 작정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김재윤을 사랑하던 강우일 주교신부님께서 제주에서 올라오셔서 단식중지를 호소하실 만큼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그때 저는 매주 가족과 함께 면회를 다니며 김재윤의 억울함을 달래주려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초대 감사원장으로 최재형 판사를 임명하려 했을 때 감옥에 있던 김재윤은 분개하며 막아달라고 제게 호소했고 저는 김재윤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허사였습니다. 촛불정부에서 최재형 초대 감사원장은 물과 기름이라고 저는 항변했습니다. 촛불민심을 거역하는 잘못된 인사라고 심각한 우려를 전했지만 그는 결국 촛불정부 초대 감사원장에 임명되었습니다. 김재윤 출소 이후 저는 동료의원들과 제 사건과 김재윤 입법로비 사건의 의혹에 대해 법무부 감찰, 공수처 수사를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김재윤의 억울함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지금도 못된 국힘당 의원들이 유죄판결 받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냐고 비아냥거리며 고인을 능욕합니다.
최재형이 지난 월요일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어이 감사원장을 사퇴한 날에, 김재윤이 가장 먼저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있는 동생의 사무실로 갔더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최재형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답시고 대통령에 출마하려 감사원장을 내던지는 욕망에 김재윤은 분노했습니다. 억울함을 풀 수 없다는 자괴감에 김재윤은 지쳐있었고 제 위로가 별 소용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몸을 던졌습니다. 그가 몸을 던지면서까지 알리고자 했던 진실을 세상에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김재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김재윤의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좋은 세상을 갈망했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재윤의 빈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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