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출범 선언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합니다!"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에서 차별받고 혐오를 당하던 소수자들인 유대인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그리스도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은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는 예수님이 함께하며 사랑하셨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시대 정결치 못하다며 혐오당하던 사람들, 죄인이라며 배제당하던 사람들, 존재를 부정당하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사랑하셨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느님나라 공동체를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은 "여러분이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입니다."(마태복음서 25: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 시대의 배제된 자,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자, 소수자를 환대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인인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기에' 지지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다양하고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다양한 인간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고, 약자와 소수자의 존엄성을 부정하며 혐오하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두가 평등한 하느님나라의 씨앗을 세상에 뿌리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세상 속에서 하느님나라를 키우고 가꾸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당한 이들에게 새 생명과 새 삶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권세는 하느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바라."(로마서 13:1)고 말했듯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차별금지법은 하느님의 권세 아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신앙의 명분이 없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선동 정치를 그만두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신앙의 자리, 선교의 자리, 봉사의 자리로 돌아가,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나라의 시민으로 초대하고 환대해야 합니다.
하느님나라의 씨앗인 교회는 적대가 아닌 환대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향해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어야 하는 곳을 당신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마가복음서 11:17)라고 외치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존귀하게 지으신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비전이면서, 차별과 배제, 혐오를 포기하지 않는 종교에 대한 준엄한 심판 선고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정신을 따라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는 인종, 문화, 계급, 성별 등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와 평등의 공동체를 꿈꾸었습니다. 그리스도교 교회의 기원은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28)라는 포용과 환대의 선포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의 하느님나라 공동체와 초대교회의 정신을 기억하는 오늘의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제시하는 차별 금지 사유의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법적 차별 금지 사유가 다 담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차이 또한 하느님이 지으신 놀라운 다양성의 하나로 환대할 것입니다.
21대 국회와 각 정당 국회의원에게 호소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총 7번에 걸쳐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법안의 당위와 명분에 대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모두 인지하고 인정하고 있는데도, 일부 그리스도교 집단의 눈치를 보며,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국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입니다. 일부 차별과 혐오 집단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며 오늘의 시대정신인 "만인이 평등한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당장 참여하십시오. 국회는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나이, 학력, 출신 국가, 고용 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타협 없이 당장 제정하십시오.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보호하는 법만이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교회와 사회가 실천해야 할 최대 윤리가 아니라 최소 윤리입니다. 우리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은 법 제정과 제도 마련에서 멈추지 않고, 모든 소수자와 약자를 환대하는 사랑이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되고 기본이 될 때까지 계속하여 기도하고 연대하며 행동할 것입니다.
2021년 9월 6일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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