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국의 강에서 침몰하리라
국힘당의 자중지란은 어쩌면 예고되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검찰권 남용으로 징계까지 받은 인물을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운다는 이유만으로 영웅으로 띄워냈으니 말이다. 김종인도 후보수준이 이 지경인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과거 민주진영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에 속았던 것처럼 어쩌면 그도 더늦기 전에 윤석열을 버리기로 한 것 같다. 사람보는 눈이 없다고 비난한 유체이탈화법은 어쩌면 자조적인 한탄이었을지도.
“재작년 조국 사태 이후 처가와 처도 집중적인 수사를 약 2년간 받아왔다. 심신이 많이 지쳐있고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 여성으로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윤석열은 선대위 해체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가족리스크를 거론했다. 검찰당이라는 뒷배가 있어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김건희의 여러 혐의가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추미애 전 장관의 지적대로 김건희씨는 한 번도 소환조사를 받은 적이 없으니 허위사실 유포이고 검찰에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김건희씨가 전주로 참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사건으로 지난해 말 권오수 회장이 구속되었지만 공소장에 김건희씨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단 한번도 소환되지 않았다. 오히려 김건희의 코바나컨덴츠가 2016~2019년 개최한 전시회에 기업들로부터 불법협찬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서도 도이치모터스 등 23개 기업이 전시회에 협찬한 일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본인에게만 해당될 뿐 배우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김건희씨의 범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배우자가 받는 경우 해당 공무원 당사자의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도 당시 협찬기업들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고 협찬회사들의 협찬과 윤의 직무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단다. 숱한 허위경력에도 소환조사 한번 안받는 건 특혜중의 특혜이고 김건희 모녀가 어떻게든 검사 후견인을 두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가 되는 2016년에서 2019년은 윤석열에게도 파란만장한 시기였다. 2016년은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일할 때고 이후 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되고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시기와 겹친다. 이 시기를 거치며 코바나컨덴츠를 협찬한 기업이 2016년에 4개였던 것이 총장취임 즈음에는 23개로 늘어난 것이니 윤석열의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결론에 꿰어 맞추는 궤변이다.
윤석열은 대학생 자녀의 봉사활동 표창장을 위조하여 의전원의 입시업무를 방해했다고 공직자 부인을 조사없이 구속기소하면서 일약 공정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설령 표창장이 위조되었다 하더라도 조국 장관이 공직자 신분이었던 시기도 아니고 입시의 전형요소도 아니므로 업무방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표적 결론이었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 ‘공정’이라는 섹시한 타이틀을 달고 우물에 푼 독극물처럼 정국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검란을 일으키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하지만 일약 반문재인 연대의 스타로 떠오른 윤석열 본인은 검찰 재직시 직권남용혐의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부인과 장모가 범죄혐의로 수사선상에 있으며 장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망가진 공정과 상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오로지 정권교체라는 구호 하나로 대통령 후보까지 이르렀고 오늘날 선대위 해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사실 윤석열과 국힘당에게는 반문연대 혹은 정권교체라는 명분 외에 어떤 준비도 안 된 자들이므로 뒷심을 발휘하기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미래를 말하지 않고 과거가 문제라거나 어떠한 비전도 없이 무조건 과거를 뜯어고치겠다는 태도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 윤석열의 도리도리와 권위적인 추임새가 과거를 말할 때가 아니라 미래를 말할 때, 혹은 대본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할 때 도드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단호한 공정의 아이콘으로 보여지는 것은 검찰권력을 말하거나 공안을 강조할 때 뿐이다.
윤석열은 박근혜 대선의 댓글수사와 국정농단 수사로 민주진영의 환호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에 검란을 일으키면서 수구진영의 환호를 받았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의 검찰권력에 잠시 취해있었던 것이다. 민주진영이 일찌감치 그의 본색을 꿰뚫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조국 일가의 멸문지화를 생중계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국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는 대선이다.
윤석열은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면 최소한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허위이력에 대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공정과 상식으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소환조사 한번 안한 김건희씨가 요양이 필요할만큼 심신이 지쳐있다면 표창장 위조의 증거로 제시한 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영어의 몸으로 격리되어 있는 정경심에 대해서도 미안한 척이라도 하며 요양을 권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 순하게 무대를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기용해준 문재인을 배신하고 김종인 마저 배신한 배신의 아이콘 윤석열은 댓글공작에 연루되었던 권영세를 본부장으로 내세워 마치 검경수사본부 같은 선대위로 재편했다. 그가 회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곳, 그는 조국의 강 앞에 다다랐고 그에게 주어진 단 한척의 배는 조국호다.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배는 요동칠 터이니 이젠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라 좋든 싫든 조국과 그 가족에게 들이댄 부메랑을 감당해내야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검찰당의 저울질이 끝나 본부장 혐의가 검증과정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조국의 강에 침몰할 것이고 새로 꾸린 검경선대위로 끝까지 회피한다고 해도 본부장 모두 그 강에 빠져 죽을 것이니 진퇴양난이다. 검란을 꿈꾸고 인생 자체가 거짓인 부부에게 그것이 사필귀정이고 공정이고 상식이고 정의다. 국민의 입장에서 대선 국면만큼 국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게 되는 시기도 없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사명 중 하나임을 아는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음이다.
- 강미숙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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