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한국작가회의 성명서
하루 즐겁게 놀러나간 딸아!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간 아들아!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숨을 쉬지 못하고 고통 속에 으스러진 수많은 목숨들, 젊은 청춘들, 우리 자식들, 마지막 호흡이 멎을 때! 우리 부모들, 우리 국민들, 우리 가슴의 심장도 멎었습니다.
최악의 시간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바다에서, 이태원 참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지만 참사의 반복입니다. 8년 전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열일곱 살 아이들이 8년이 지난 후에 스물다섯이 되어 이태원에서 숨졌습니다. 끝내 살아도, 끝내 죽어야만 하는 사슬에 우리는 목이 감기고 말았습니다.
‘재난안전기본법’은 재난이나 사고를 막아야 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국가 행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이 참사의 최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아주 뚜렷합니다.
비상상황에 처할 때 진실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 서울시경찰청장, 용산구청장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사상자들이 발생했는데도 그들은 비상상황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해서 “뇌진탕이냐?”라고 질문하고, 판사 장관은 “경찰력을 투입해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외신기자회견 도중 국무총리는 웃으며 농담까지 내뱉었습니다. 이들에게선 진심어린 애도도 그 어떤 공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피의 시선과 가식의 얼굴만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진실한 사죄 한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급하게 적은 공문을 내려 보냈습니다.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라.”
“영정 사진을 쓰지 말라.”
“참사, 희생자라는 용어를 사고, 사망자로 통일하라.”
말문이 막힙니다. 다시 숨이 막힙니다.
이는, 말로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닙니다. 국민들에게 미움을 테스트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겨우 5개월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4년 반의 임기 동안, 우리 국민들이 왜 이토록 참담한 슬픔과 극심한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합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진상 규명, 책임자 문책, 처벌이라는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집권 정당이 바뀐 지금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일 뿐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건 항상 우리들 자신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박근혜 국정농단과 탄핵촛불을 민주시민항쟁으로 만든 힘이 있습니다. 정신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비극과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그 힘과 정신은 되살아납니다. 다시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나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나라!
2022년 11월 4일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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