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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설, 성명

이태원 참사에 대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성명서

by 길찾기91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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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대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성명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참사가 다시 발생하여 156명의 애꿎은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허탈과 분노가, 그리고 젊은 세대에 대한 한없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청년ㆍ학생과 만나고 강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습니다. 청년ㆍ학생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권과 저희 무능한 기성세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참척을 당하신 유가족과 제자ㆍ친구를 잃은 여러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께도 말로 다하지 못하는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먼저 우리 청년ㆍ학생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SPC 빵공장에서, 또 남동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과 이태원 골목에서 목숨을 잃은 그들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싼 임금을 받으며 위험한 일을 하는 젊은이와 입시경쟁에 치이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이 너무 많습니다.
코로나 3년 동안 만남과 놀이와 축제를 금지당했던 젊은 세대에게 올해의 크고 작은 이벤트는 조금 더 특별했음을, 올가을 대학의 축제에 모인 인파와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꼈습니다. 
이번 ‘핼러윈’ 역시 자유와 흥겨움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삶과 지향과 욕망을 이 사회와 기성세대는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태원에 갔던 분을 어설픈 도덕주의와 민족주의로 비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젊은 욕망과 분출이 죄라면, 용산과 여의도의 정치권과, 그리고 우리 같은 기성세대 대부분은 지금 당장 마른벼락을 맞아야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젊은 사람가 마음껏 꿈꾸고 놀고 공부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2. 충분히 구할 사람을 경찰이 구하지 못했고, 무능한 권력자는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으니, 세월호 참사 때의 해경이나 권력자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앞에서 울며 했던 다짐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이 사회와 어른은 무엇을 했습니까? 해밀턴호텔의 불법 증축이 그 골목을 숨막히게 좁은 골목을 만들었다는 보도는 균형을 잃게 높이 쌓은 세월호의 불법 증축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전히 이 나라에서는 영업의 자유와 과 이윤추구의 자유가 생명권과 인권보다 중요합니다.
겨우 만들어놓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정권이 악덕 기업과 그 소유주에게 적용하기는커녕 시행령으로 무력화하거나, ‘규제 완화’를 빌미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없애려 했던 게 이번 참사와 다른 맥락이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주52시간 근무제는 젊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자본과 이윤의 논리에 아부하고 기생하는 권력정치와 반노동 정책은 더 이상 중단되어야 합니다. 용인될 수 없습니다.
 
3. 참사의 책임소재에 대해 의아함과 황당함과 분노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이태원 현장에 100명, 아니 50명이라도 경찰관이 더 주재했더라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한 유능한 지자체장이나 경찰 지휘관이 한 명이라도 더 자리를 지켰더라면? 분명히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여러 외신이 지적하듯이 ‘최소한의 치안’과 ‘교통 소통’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당일 많은 경찰병력이 여러 단체의 집회가 진행되었던 광화문과 대통령실이 위치한 삼각지에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대한민국 공권력은 무엇을 예방하고, 누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전광훈 목사나 ‘촛불’ 든 세력의 집회, 양대 노총이 주장한 공기업 민영화 반대가 156명의 목숨과 바꿀만큼 무섭습니까?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야?”며 반말로 현장을 누빈 대통령, 외신기자 회견에서 우습지도 않는 농담을 한 한덕수 총리, 그리고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우연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일련의  언동은 책임회피만이 아니라, 근본적 공감능력의 결여와 전도된 의식의 발현입니다. 진정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까? 경제와 안보도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심화된 기후위기는 또 언제 심각한 자연재해를 불러올지 모릅니다. 이를 잘 관리하고 대처할 능력이 윤석열 정권은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4. 다시 또 위로의 뜻을 전하며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남았다면,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CPR에 뛰어든 그날의 시민과 청년입니다. 학생의 날에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한 중고생 1511명과 청년추모행동(준)을 만든 청년 정치인에게도 희망을 봅니다. 피묻은 파리바게트 빵을 거부한 청년들, 노동조합원과 그들이 다르지 않을 겁니다. 청년은 부디 마음을 잘 추스르고, 서로를 위로하며, 책임의 소재를 따져 냉철하게 분석하기 바랍니다. 무능한 정치와 부패한 체제를 연대로써 부수고, 여러분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 교수연구자와 시민사회 단체도 문재인정부 이래의 혼란에서 벗어나 정신 차리고 노력하겠습니다. 공감과 연대로써 이 슬픔을 이기고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딛기 바랍니다.  
 
2022년 11월 4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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