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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이 일으키는 참을 수 없는 소유욕
전 세계 의류 판매액은 대부분 럭셔리 의류가 아닌 패스트패션 업계의 몫이다. 1980년대 이후 독일에서만 패션 소비가 5배 증가했고 생산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세계 최대 의류 기업인 인디텍스의 자회사인 자라와 마시모두티 또는 H&M(세계시장 2위) 같은 브랜드에서는 봄/여름과 가을/겨울이라는 전통적인 시즌제에서 벗어나 최대 50차례의 마이크로 시즌을 적용하며 끝없이 새로운 물량을 시장에 투입한다.
패스트패션 업계를 옹호하는 논리로 흔히 제시되는 것은 -항공 여행처럼 - 패션의 민주화를 이끌어냈다는 주장이다. 덕분에 저소득층도 취향껏 옷을 차려입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갑이 얇은 (스마트폰 결제가 없었던 과거에는 이렇게 표현했다) 계층을 포함해 점점 많은 소비자가 오늘날 근사한 옷을 사입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실속이 있으려면 옷을 살 때마다 하나씩 꼼꼼히 따져보던 과거에 비해 옷에 지출하는 금액이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 보인다. 패스트패션계의 가격정책 탓에 제가 부문의 고객들은 의류 구입에 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은 떨어지면서 기껏해야 두세 번 입으면 끝이다. 옷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180억 벌 이상의 옷이 만들어지는데 대부분(60퍼센트 이상) 일 년도 못 가 쓰레기 매립지로 직행한다. 일년에 평균 다섯 벌의 옷을 사 입는 독일인들은 자기 옷 가운데 20퍼센트 정도만 실제로 입으며, 그 결과 매년 약 10억 톤의 쓰레기를 내놓고 있다.
옷은 이제 별 값어치 없는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최소 100유로 이상을 지불했을 검은색 새 옷을 12유로에 구매한 소비자는 한 번만 입고도 옷이 낡았다고 여기기 쉽다. 소셜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경향은 구매욕을 한층 자극한다. "주말에 결혼식에 초대받았어. 옷을 한 벌 더 사야겠어." 최근 한 동료 여성이 퇴근 직전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지난주에 파티가 있다고 새 옷을 샀잖아"라고 응수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그걸 또 입어 다들 그 옷을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봤는데.” 이렇게 해서 소비자들은 이른바 '행동과 태도의 간극'이라는 현상에 빠진다. 즉 환경과 기후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패스트패션이 생태학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잘 알지만, 오늘 밤에는 파티가 있고 맞은편에는 반짝이는 멋진 드레스가 10유로라는 가격표를 단 채 걸려 있다.
우리의 이런 행동이 뭘 뜻하는지 모르던 시절은 지났다. 자원 낭비, 환경오염, 과도한 화학물질 사용 및 물 소비와 관련해 패션업계가 핵심 주범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의류업계가 탄소 배출의 최선두에 서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에서 패션업계의 비중은 연간 120억 톤 이상으로, 국제 항공교통과 상선 운행을 통틀어 발생한 수치보다도 더 많다. 기업컨설팅 회사 맥킨지(그린피스가 아님!)의 계산에 따르면 의류 1킬로그램어치를 생산하는데 평균 23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한 번 신고 버리려고 양말을 살 때마다 북극 얼음 한 조각을 지불하는 셈이다.
10유로 가격표를 달고 쇼핑거리에 도착해 일회용품으로 생을 마감하는 한 장의 티셔츠를 만드는 데 5,000리터에 달하는 물이 소비된다. 패션업계는 높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빠르고 저렴한 생산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천연 원단에 비해 값이 싼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는 결국 화학물질의 사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추수밭, 2023, 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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