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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규정하고 식별하며, 예외로 인정할 만한 상황을 특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세한 법안이 작성되었다. 이러한 법의 범위는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유대인들은 라디오나 자전거 소유, 자동차 운전, 애완동물 소지, 낚시, 전화 사용, 비유대인 가정 방문 등이 금지되었다. 금지 목록은 다 읽다가는 지쳐 쓰러질 정도로 끝없이 길었다. 가령, 로테르담의 어느 유대인 사업주는 이런 통지를 받기도 했다. “당신의 1943년 12월 17일자 서신과 관련하여, 당신 소유 회사의 이름이 상호등기부에서 삭제되었음을 통보하는 바이다. 당신이 자진해서 불임 시술을 받기 전까지는 영구히 제외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직업 활동이 금지된다.”
바람직하지 않은 자들에게서 시민권을 박탈하고 언론 역시 나치의 편에 서게 만드는 법이 통과됐다, 모든 유대인들이 공무원들과 교수들을 해고하고 대학마다 유대인 학생들은 퇴학시키는 법도 통과되었다. 군대 내 유대인 병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대인 소유의 기업은 몰수됐고, 유대인과 기독교인 간의 친밀한 관계도 금지됐다 살상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군경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들도 추가적으로 통과됐다.
유대인들을 모든 사회적, 상업적 거래에서 배제한 다음에는 강제로 집에서 퇴거시킨 뒤 특정 지역이나 게토로 몰아넣는 조치를 취했고, 이후 유대인들은 이동이나 식료품 조달에 점점 더 심한 제약을 받았다. 어느 시점이 되자 바르샤바 게토에는 1.3제곱마일 면적에 44만 5천 명의 유대인들이 수용되었다. 주거 밀도로 치면 방 한 칸에 평균 7.2명이 사는 셈이었다.
나치는 유대인들을 다른 어딘가로 이동시킬 생각이었다. 아주 먼 나라-정확히 말하자면, 마다가스카르-로 추방시키려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이 작전에 소요될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철회하고 만다. 이 ‘인종적으로 감염된 추방자들’이 마다가스카르에 그대로 머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희망사항과는 별개로, 독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이들을 전부 실어 나를 만한 해군 및 선박 물자의 부족으로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수감자들을 미리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거나 앞으로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로 둘수록 학살 현장이나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일은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굶주림과 감금에 무감각한 상택 되고, 수많은 일을 겪느라 잔학 행위에도 둔감해져버린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재정착’행 열차에 탑승하는 데도 협조하는 편이었다. 수감자들은 체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게토에서의 강제수용소가 더 나쁠 수도 있을까?”
가스실은 죽음 공장death factory의 시도의 정점이었다. 나치는 이중성을 십분 발휘해 수감자 수천 명을 매일 죽음을 향해 몰아넣으면서도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새로 오는 수감자들은 악단이 환영했다. 트레블링카 가스실로 가는 길에 있는 도로 표지판에는 함멜파르트 스트라세(천국으로 가는 길)라고 씌여 있었고, 샤워실(가스실) 입구에는 커다란 다윗의 별(육각형 모양의 별로, 유대교 상징)이 달려 있어 안도감을 주었으며, 그 아래로는 다음과 같은 말이 히브리어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여기는 하나님께 가는 관문이다. 의로운 자는 통과하리라.” 새로온 희생자들은 발가벗겨진 뒤 샤워실까지 걸어갔고, 출입문이 닫혔다. 시안화가스가 쏟아져 들어왔고, 이들은 20분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나치 입장에서 살상의 가장 힘든 부분은 가스실에서 죽은 시신들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소각로는 설계상 상당한 실험을 요했다. 기류, 굴뚝의 높이 등 여러 실질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했다. 빨리 탈 수 있게 최적의 방식으로 시체를 쌓아 올리는 것도 문제였다. 실험을 통해 나치는 여자들이 지방 함량이 높으므로 시체 더미의 바닥에 여자 시체들을 깔고 쌓아 올리면 다량의 시체들도 좀 더 빠르게 골고루 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기괴한 생체 실험도 행해졌다 노골적으로 가학적인 실험도 있었는데, 대다수의 실험은 잔인할 뿐 아니라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이었다. (가령 수감자들의 폐에 결핵균을 주입한 뒤 얼마나 빨리 발병하는지를 지켜보기도 했다.) 종전이 가까워오자 증거를 은폐할 생각에 초조해진 나치는 이러한 의료 연구시설 내에서의 살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함부르크 시설에서는 나치 친위대 의사들이 의료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어린이들을 급하게 살해했다 약물로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어린이들은 목을 매달았다.
나치는 소위 인종과학 연구도 진행했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보고된 어느 연구에서는 유대인 볼셰비키 당원들의 두개골이 부족했던 과학자들이 신선한 두개골이 부족해 연구에 차질이 생긴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쓸 수 있는 두개골 표본이 몇 개밖에 없다. … 현재 동쪽 전선은 이러한 부족을 메울 수 있는 기회다. 역겨운 존재의 원형이면서도 전형적인 인간 이하의 존재를 대표하는 유대인 볼셰비키 당원들의 두개골을 조달함으로써 이제 우리에게도 과학적 자료를 입수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두개골들을 입수하는 최상의 방식은 의사가 도착해서 필요한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수감자들을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두부가 손상되지 않게 유대인을 죽인 뒤 외과의사가 머리를 몸통으로부터 절단해낸다.”
자기 혈통이 끊어졌음을 알도록 어린이들은 부모가 보는 앞에서 총살시켰다. 그런 다음 부모들도 총살했다. 일부 대원들은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를 즐겼고, 비교적 소수이기는 했으나 몇몇 사디스트들은 고통을 가하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악의 해부 – 나치 전범들의 심리분석> 조엘 딤스데일, 에이도스, 2017. 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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