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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30주기 시국성명]
-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심자! -
"베냐민 사람들아, 도망쳐라. 예루살렘에서 빠져나가거라. 드고아에서 나팔을 불어라. 벳하께림에 깃발을 올려라. 북녘에서 재앙이 밀어닥친다. 대살육이 임박하였다. 수도 시온은 아름다운 목장이었지만, 목동들이 짐승 떼를 몰고 와 천막을 둘러치고 멋대로 풀을 뜯는 꼴이 되리라. 샘에서 샘물이 솟아나듯 예루살렘에서는 죄악이 솟아나고 있다. 들리느니 때리고 부수는 소리, 보이느니 앓는 사람, 상처 난 사람들뿐이다. 예루살렘아, 소박받기 싫거든 내가 타이르는 말을 들어라. 듣지 않는다면 쑥밭으로 만들어 놓으리라. 사람 없는 땅으로 만들어 놓으리라" (예레미야 6장 1절-8절)
오늘은 늦봄 문익환 목사님 서거 30주기이다. 늦봄은 1989년 3월 방북하여 발표한 4·2 공동성명을 통해 ‘느슨한 연방제’ 통일의 개념을 선보였고, 이는 이후 6·15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23년 11월 10일에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기독교시국행동으로 모인 우리는 신앙의 선배인 늦봄 문익환 목사님 서거 30주기를 맞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늦봄과 더불어 수많은 신앙 선배가 일구어 온 한반도 평화의 옥토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한반도 상공으로 핵전쟁의 불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전쟁의 불길이 팔레스타인과 중동을 거쳐 이제 인도-태평양과 한반도로 번지고 있다. 민족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미국을 통한 우회 지원으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여 러시아와 적대하고,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예멘을 공격하는 해상작전에 함정 파견을 운운하며 미국의 돌격대를 자처하는 한편, 취임 이후 내내 미・일・한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제 핏줄인 북동포를 파괴하고 붕괴시킬 모의를 진행하고 있다. 샘에서 샘물이 솟아나듯 윤석열 정권에서는 동족 적대와 증오가 쉴 새 없이 솟아나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부르짖던 윤석열은 한반도의 군사긴장을 계통적으로 상승시켰고, 급기야 지난 2023년 11월 22일 북측의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를 선포하여 결국 이에 반발한 북측에 의해 전면 폐기되는 참사를 불러왔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합의 폐기로 인해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국지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고, 사소한 충돌도 상호간 조율 없이 바로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1월 6일 한반도는 실제로 전쟁의 문턱까지 갔다. 연초인 1월 1일부터 시작한 남측의 해상사격훈련에 반발한 북측이 포성을 가장한 발파용 폭탄 60개를 서해 해안가에서 터뜨렸다. 북측의 기만에 넘어간 남측의 국방부는 북측이 해상포격을 가했으며 서해 완충수역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북측은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내고 남측을 비웃었다. 만약 기만에 넘어가 윤석열 정권이 잘 쓰는 말대로 즉시, 강력히, 끝까지 군사적으로 대응했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을지 모골이 송연하다. 남측에서는 작년 내내 진행된 군사훈련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250여 회였던 군사훈련이 2023년에는 500여 회로 두 배 많이 실시되었다. 더구나 올해 2024년 8월에는 핵전쟁을 모의한 미·일·한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되어 있다.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를 넘어서 글자 그대로 불타고 있는 화약고다. 전쟁위험이 더 없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남북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측은 1월 1일 발표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의 관계“로 규정하였으며,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공언하였다. 또한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시키고, 6·15공동선언실천 북측본부, 범민련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통일기구들을 모두 정리하였다. 이미 꽉 막혀 있던 정부 간 창구에 더해 민간 창구조차 모조리 막혀버린 것이다. 결정서의 표현대로 이제 ‘전쟁’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위험은 점점 더 구체화, 현실화, 실체화되고 있다. 불과 이틀 전인 1월 16일 북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 참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하여, 대한민국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인 동족이 아닌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시키겠노라 천명하였다. 전후 처리 문제를 고려하여 헌법을 변경하는 것은 전쟁위험이 실체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어서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잠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사업을 강화하며, 기존 북의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민국이 동족이라는 관념을 정신문화 영역과 교육 영역에서 지워버리고, 그것을 법제화한다는 것은 전쟁위험이 실체화되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시대의 모든 징조는 전쟁을 가리키고 있다.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평화를 심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늦봄의 뒤를 이어 예언자 예레미야의 마음으로 외친다. 윤석열 정권은 하나님께서 타이르는 말을 들어야 한다. 전쟁 연습을 멈추어야 한다. 전쟁 기지를 철거해야 한다. 아시아판 나토를 획책하는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국지전을 도발하고, 이를 총선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술수를 거두어야 한다. 유엔사 재활성화를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를 이 땅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거부해야 한다.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미국 핵 항공모함, 핵 잠수함, 핵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막아내야 한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아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퇴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정권의 수명보다 중하고 귀하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18일
기독교시국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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