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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극자외선 작업이 도대체 뭐기에
어떻게 겨우 몇 센티미터 크기의 칩에다가 그런 복잡한 세부 사항을 레이저 빔으로 새길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계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수억 달러가 나가는 TWINSCAN NXE:3600D가 그 주인공으로 한때 필립스 산하에 있던 회사인 네덜란드의 ASML이 만들었다. 이 기계가 하는 일이라곤 상자 주위에 광선을 쏘는 정도인데 왜 이리 고가란 말인가? TWINSCAN NXE:3600D가 쏘는 것은 평범한 광선이 아니고, 상자 역시 평범한 상자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TSMC가 만드는 초소형 트랜지스터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크기이므로 통상적 파장의 레이저와 렌즈로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최상의 해상도를 얻으려면 가장 짧은 파장을 가진 광원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는 극자외선을 의미한다.
극자외선으로 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 1950년대에 완벽한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처럼, 꽤 최근까지도 ASML의 버스 크기만 한 장치가 해내는 일을 수행할 기계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일은 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극자외선은 레이저 기계로 간단히 만들 수 없다. 극자외선을 얻으려면 일종의 평행 우주에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 세계의 생산 라인이 아니라 아서 C. 클라크의 SF소설에서 벌어지는 일 같기도 하다.
TWINSCAN NXE:3600D 내부의 진공 챔버에서 주석이 액체 상태가 될 때까지 녹인다. 용융주석은 이어지는 물살을 타고 챔버로 떨어진다.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중간 길목에서 주석방울들은 진동 레이저로 두 번 강타 당한다. 진동 레이저는 독일 회사 트럼프의 제품인데, 금속을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기계다. 강력한 타격 덕분에 주석이 100만 도까지 가열되면 일종의 플라스마가 형성되면서 극자외선이 터져 나온다. 분자의 타격은 정확히 초당 5만 회씩 일어나는데, 너무 빨라서 주석 방울들의 흐름인지 레이저의 폭발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극자외선의 흐름을 생성하기 위해서인데, 아직 진짜 역할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극자외선은 대기 중인 웨이퍼를 향해 달려간다.
사실 극자외선을 광선이라고 부르는 일은 오해를 사기 쉽다. 극자외선은 약간 엑스선 같기도 하고, 일종의 방사선 같기도 하다. 엑스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렌즈를 포함하여 단단한 물질에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여기서 모래가 다시 깜짝 출연한다. ASML은 웨이퍼에 극자외선을 쏘기 위해 실리콘과 몰리브데넘으로 만든 특별한 거울인 브래그 반사경을 제작해 달라고 자이스에 요청했다. 브래그 반사경을 만드는 법은 업계 비밀로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자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거울은 50킬로그램의 실리콘 덩어리를 갈아서 만들어지는데, 로봇이 이온 빔을 쏘아서 거울 표면을 광내고 조정한다. 한 ASML 엔지니어는 브래그 반사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매끄러운 구조물일 겁니다." 거울을 미국 국토 크기로 확대하더라도 가장 많이 튀어나온 요철의 높이는 0.5밀리미터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층 거울에 반사된 13.5나노미터 극자외선의 파장을 이용해 웨이퍼에 복잡한 설계 회로를 새긴다. 놀랍도록 완벽한 실리콘 웨이퍼가 기막히게 평평한 유리에 조각되는 이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SF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 실리콘 공급망의 중심에는 1차세계대전 동안 영국의 고무를 얻기 위해 독일이 어쩔 수 없이 내주었던 쌍안경용 유리를 제조한 바로 그 회사 자이스가 있다.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인플루엔셜, 2024, 13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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