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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도려내어지지 않는 사람들 - 이연주 변호사

by 길찾기91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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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려내어지지 않는 사람들

드라마 킹덤에서 세자 이창은 칼을 겨눈 금군별장에게 말합니다.
“일개 금군별장이 왕족의 피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있다면, 베어라”

감당할 수 있느냐, 사실 이건 검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도려내어지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실체는 드러내고 한 수사보다는, 뭉개고 묻은 사건들 중에 있습니다.

2009년 4월 케이비에스, 엠비시, 에스비에스는 검찰출두를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헬기를 띄워 생중계했습니다. 사전협의를 해서 생중계 구간을 3곳으로 나누고 각 사가 한 구간씩 맡아 헬기에서 잡은 화면을 공유한 것입니다.

탈주라도 할까봐 전 국민이 감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잔인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무렵 조석래 효성회장은 아주 조용히 검찰을 다녀갔습니다.

이것은 한참 나중인 그 해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박지원 의원이 비자금 수사에 대해서 임직원만 기소하고 효성 일가는 봐준 것을 문제삼으면서 드러난 것입니다.

박 남매가 수사내용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자,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일부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고, 수사상 보안과 개인 명예·사생활, 기업의 신인도와 관련되어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짓밟을 사람에 대한 수사내용은 국민의 알 권리가 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내용은 피의자의 인권과 수사기밀이 핑계가 됩니다.

공소시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운 사람들에 대해선 눈감고 봐주는 이유가 됩니다.

검사들은 2009년 9월말 수사를 종결하면서 효성이 여러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의 외국환관리법위반죄는 공소시효가 도과되었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대검이 2007년 7월 관련 첩보문건을 만들어 대검 중수부에 배당했는데, 이때는 분명히 공소시효가 남아있었습니다.

2007넌 12월 대선 이후 뒤늦게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되었고 특수부1장이 최재경, 문무일, 김오수, 김기동으로 4차례 바뀌는 동안 고스란히 사건을 뭉개서 공소시효를 도과시킨 것입니다.

한편 효성 일가는 “공소시효 완성. 끝.”이지만, 성완종리스트 사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기소되고 그 외 다수의 친박 핵심 인사들이 리스트에 있었던 만큼 궁색하지만 구색맞추기로도 반대편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문무일 당시 대전지검장이 이끌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은 또박또박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두 차례 이뤄진 성 회장의 특별사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개입했으며, 노 씨는 성 회장에게서 그 대가로 5억 원대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합니다.

한편 조국 일가는 대한민국의 교육 및 입시공정을 망가뜨릴 수 있지만, 귀한 분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의 딸은 2014년 하나고 편입학 일반전형의 유일한 합격자였습니다.

그런데 평가위원이던 교사 이모, 조모의 필적이 아닌, 다른 필적으로 채점표가 작성되어 있었고, 게다가 해당 지원자에게 면접관이 부여한 12점의 채점표상 면접점수는 14점으로 입력되었습니다. 하나고는 환산점수라고 변명했는데, 해당 환산표는 내부품의도, 학교장 결재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습니다. 면접접수가 12점이었던 다른 지원자 2명은 환산점수가 13점이었는데, 입력오류가 나도 꼭 김 사장의 딸에게 유리하게만 납니다.

2016년 11월 서울서부지검의 박주성 검사는 점수조작이 있었더라도 합격 결과와는 관계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 왕족의 피를 운운하던 세자 이창은 궐내에 역병이 창궐하게 되자 주저하는 훈련도감의 병사들에게 말합니다. 역병에 감염되었다면 모두 베어라 정승이건, 판서이건

그러나 지금 검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도려내어지지 않습니다.

- 이연주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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