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내 분노의 불이 일어나서 스올의 깊은 곳까지 불사르며 땅과 그 소산을 삼키며 산들의 터도 불타게 하는도다.”(신명기 32:22)
2020년 1월, 첫 코로나 확진자가 생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 일이 한 두 달 정도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겪은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등의 감염병들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년이 넘어 2년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백신접종이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집단면역의 시기로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입니다. 생태계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또 다른 감염병으로 잇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염병들보다 더 공포스러운 위기가 닥쳐오고 있으니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지구역사 45억년, 인류역사 20만년, 현재와 같은 기후조건이었던 문명의 1만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에도 지켜왔던 지구 생태계의 균형은 불과 지난 100년 사이에 급격히 파괴되었습니다. 최근 60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만 년 전의 자연적인 배출량의 100배에 이르는데 이것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산업발달, 농업생산량의 증대를 위한 숲의 파괴 등이 그 원인입니다. 과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높일 뿐 아니라 성층권 수축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우, 폭염, 산불 등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물이며, 문제는 이 재난이 산발적이고 일시적인 자연재해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의 골짜기로 떠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향후 10년 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나아가 2050년에는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2050’의 목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의 생활이 지속될 경우는 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입니다. 당장 현재까지의 에너지 사용을 50% 줄여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조금의 노력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멈추고, 돌이켜야만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는 명령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멈추라는 경고음이 요란하고 돌아가라는 경고의 손짓이 눈앞에 분명함에도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우리는 계속 앞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습니다. 풍요로운 자원과 물질 속에서 소비의 미덕을 발휘하며 성장과 소비의 순환열차를 몇 번이라도 갈아타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 값은 분명히 치르게 되겠지요. 미래를 내주어야 하고, 지금 누리는 이만큼의 일상마저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 후손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상조차 불가능한 불과 물의 재앙을 떠안기게 될 것입니다. 성서가 기록해 둔 인류의 두 번의 재앙이 동시에 닥쳐오고 있는 것입니다.
노아가 배를 지을 때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다 비난하며 저마다 살아오던 그대로 살았습니다. 악으로 가득 찬 소돔성은 온 도시가 불에 타 사라지는 속에서도 죄로부터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경험한 다섯 번의 대멸종 중 네 번의 재앙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수억 년 전의 일일 뿐 지금 우리 세대에 닥쳐올 비극이라는 것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그 재앙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음과 욕망에 눈멀어 눈앞의 닥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에 이르도록 그동안 교회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세상이 달려가는 그 길에 끼어 함께 달렸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연약한 생명들이 신음할 때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너도나도 쌓아 올리는 바벨탑과 같은 교회성장에만 온 마음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기후재앙의 두려움 앞에 문을 잠근 채 두려워 떨고만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 가까워져 갑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약자인 기후난민과 식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의 기후위기에 적응성이 약한 생태적 약자들의 신음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신 하나님, 그 부르심 앞에 삶의 방향을 바꾸었던 히브리들이 있었기에 구원의 역사는 새로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저 탄식과 울부짖음에 교회는 응답해야 합니다. 구원의 방주를 짓고 인류와 모든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함께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의 경보음이 울립니다. 머지않아 기후재앙의 골짜기에 모든 숨 쉬는 존재들이 내던져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돌이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이에 전남 기독교교회 협의회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기후행동을 선언하고, 회원교회와 소속된 교인들이 모두 저마다 한 사람의 노아가 되어, 구원자 예수가 되어 하나님의 생명세상을 구해내기로 결단합니다.
1. 우리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PIC)의 에큐메니칼 신앙전통에 따라 기후정의와 기후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의 원칙 하에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2. 이 시대의 신앙이 된 ‘경제성장’의 이념이 우리의 눈을 가리는 우상임을 선포하며 성장주의의 이면에서 신음하는 생명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3. 새 시대의 선교는 교회 하나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것임을 널리 알리며 선교의 실천에 나서겠습니다.
4. 전남 NCC 소속 교회와 회원들은 4월 지구의 날, 6월 환경주일, 9월 창조절의 절기에 기후위기에 대하여 성경이 경고하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교인들의 삶 속에 위기를 극복하는 실천의 과제를 제시하겠습니다.
5. 정부와 기업 등이 여전히 경제논리로 대처하는 기후위기대책의 맹점을 지적하며, 코로나를 극복하며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였듯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길을 촉구하겠습니다.
6. 하나님께서 새 역사를 시작하실 때, 단 한 사람으로 시작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교회가 그 한 사람이 되기로 결단합니다. ‘나 한 사람’의 실천이 지구와 지구의 모든 생명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전남 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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