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서로 입을 맞춘다.”(시 85:10)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성서의 증언은,
인권 옹호자로서 교회의 사명
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일부 한국교회는
반인권의 온상처럼 비추어지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 세상이 고통당하는 펜데믹
상황 속에서도 종교의 자유만을
빙자해 공동체의 안전에는 둔감한
교회,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를 유포시키는
교회
는 더 이상 세상의 소금과 빛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담한 속에서도
다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기에 인권주간
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소리를 높이기보다
스스로의 성찰로부터 이 뜻 깊은
날을 맞으며,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공동체가 보다 성숙한 인권사회가
되기를 기도하며
다
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차별금지/평등법 제정,
더 이상 유예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며,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났습니다.
평등 세상을 바라는 10만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완성한 바 있습니다.
지난 14년여 세월동안 투쟁해 온 시민들의 뜨거운 열의는 마침내
차별금지법을 국회에 발의시켰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
‘모두가 존중받는세상’!
평등 사회를 향한 우리의 소망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정당하지 않은 성소수자 찬반논리에서 더 나아가
인간존엄의 기본 원칙마저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인권옹호자로서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혐오 동조를 즉각 멈추
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계획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부끄러움을 고백
합니다.
근본주의 보수 개신교 측은 오랜
시간 한국사회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왔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는 그리스도인의 고백 안에서 ,
인권의 보편성안에서 배제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고리를 끊어내고,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환대하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기만과 폭력을
멈추고 평등사회로 향하는
‘더 나은 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연대하며 기도할 것입니다.
2. 노동자의 존엄과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하며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존엄과 마땅한 권리가 실현되기를 기도해왔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진전시키는 노동자의 손은 곧 하나님의 손입니다.
일하는 노동자의 손이 오늘의 세상을 거룩하게 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린 택배 노동자,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5인 미만 영세사업자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마땅합니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은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지금 당장 멈춰져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존엄과 인권, 마땅한 권리와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며 계속해
서 기도할 것입니다.
3. 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며, 모든 양심수는 석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양심수 석방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일궈진 현 정부에서 조차억울하게 옥에 갇힌 이들이 풀려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의 실추된 명예와
빼앗긴 인권은 회복되지 않았으며,
탄식하는 이들의 비통함은 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
양극화 해소 그리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일하다 옥에 갇힌
양심수는 즉각 석방되어야 합니다.
양심수 석방은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주요 과제이며,
양심수 석방 없이 온전한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양심수 석방 없이 인권을 말 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오랜 세월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짓밟아 온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합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가보안법을 즉시 개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양심수 없는 나라, 국가보안법이 없는 사회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4. 아시아 민주화와 인권회복을 위해 적극 일하겠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한
아시아 각 지역의 민중들을 기억하며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한국의 에큐메니칼 공동체는 오랜 시간 아시아 민중들과 연대해 왔습니다.
아시아 공동체에 속한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에도 군사주의와 권위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식민 지배와 군사 독재, 부패와 빈곤, 불편등 문제가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필리핀, 홍콩, 태국, 스리랑카 등 아시아의 민주화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탄생한 민간 정권이 다시 군부통치로 회귀하거나 권위주의 독재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인권활동가를 비롯한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의한 체제 속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아시아 민중들을 지지합니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아시아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여정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고전 12:26)”
아시아 공동체로서 우리가 함께 일할 때,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경계를 넘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기적은 계속 될 것입니다.
아시아의 고통당하는 민중들의 정의가 곧 우리의 평화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정의에 기반하고, 정의의 결과는 평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
다. 우리는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마6:10)”것을 믿으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이 땅의 모든 선한 세력과 연대하며 거룩한 행진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2021년 12월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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