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 36: ‘피아식별’의 중요성 (민주당 비판에 대한 의견)
1.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군주들과 장수들은 전쟁에서 적들과 싸우다가 죽은 이들보다 아군에 의해 독살당하거나 혹은 모함에 빠져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른바 차도살인인데 인간심리의 맹점은 취약하기 짝이 없어 한번 의심을 하면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2.
윤석열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된 가운데 윤석열은 승복하지 않고 국가(문재인 대통령)를 대상으로 법적투쟁을 하겠다는 황당한 의지를 밝힌 만큼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은 이제 2라운드에 들어섰다.
3.
내가 추미애 장관의 재신임을 요구하고 관련 청원까지 올린 이유는 2라운드까지는 추미애 장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미애 장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퇴 의사는 표면적으로는 정무적 이유이고 내심으로는 전열을 정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4.
추미애는 <공수처법개정안>이 지루한 과정을 거쳐 통과되기까지 검찰의 조직적 반란을 도맡아서 진압했다. 그리고 엄청난 결과를 만들었다.
수사지휘권발동, 감찰 지시, 직무정지 명령, 징계위원회회부, 징계결정까지 이 일련의 과정은 법과 원칙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고도의 정치력 그리고 강력한 투쟁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오직 추미애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5.
자, 이 상황에서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윤석열이 불복해서 투쟁을 하는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은 2라운드는 앞에 싸움에 비하면 비교적 손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법부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로 막강한 포스를 보이는 추미애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내년 1월 파격적인 검찰 내부의 인사권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추미애 장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6.
또한 정무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단기간에 새로운 법무부 장관의 인선은 불가능하다. 언론이 벌써 차기 법무부 장관의 후보군을 보도하는 것은 그들의 희망이다. 그만큼 검찰, 국힘당, 언론 입장에서는 추미애가 미운 것이다.
내 청원이 하루가 지나기 전에 7만명을 돌파하고 현 시점에서 10만 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의 지속적인 검찰개혁을 향한 결정과 행동에 국민적 명분을 실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이 청원 글을 조중동 모두가 기사화 하더라. 이는 저쪽에서도 그만큼 관심이 가는 이슈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조중동이 이것을 다 다루냐…)
7.
내 청원처럼 대통령이 반려를 해주면 좋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으면) 그냥 후임 인선 물색한다는 이유로 계속 숙고만 하고 있어도 무방하다. 조국 장관의 경우는 사표가 바로 수리가 되었는데 가족 옆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 때문이지만 추미애 장관은 그럴 이유가 젼혀 없는 것이다.
8.
불과 1개월 전에 검찰개혁이 완수되기까지 모든 정치적 욕망을 포기한다고 했고 사퇴의사를 표시하던 날도 몇 시간 전에 국정원장 등과 권력구조개혁 입법화에 대한 브리핑도 했다.
그리고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것도 뜬금없이 국민소통수석이 했다. 만약 정말 사퇴를 할 생각이면 조국 장관의 경우처럼 직접 발표를 했을 것이다.
9.
추미애 장관은 현 시점에서 사법부로 넘어간 윤석열 불복소송에 대한 지휘를 하고 특히 내년 1월 검찰 인사에 대한 확실한 준비도 하고, 공수처가 출범해서 자리잡기까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공이 사법부로 넘어간 이상 추미애 장관이 일선에서 직접 싸우는 일은 다 한 것이다. 힘든 싸움을 다 했는데 지금 물러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10.
이 글의 제목에 ‘피아식별’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이유는 ‘정직 2개월’이라는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패배감을 조장하고 그것을 민주당의 탓이라는 주장이 부쩍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권력기관 개혁제도화가 <공수처법개정안> <경찰정법> <국정원법>의 통과로 입법이 완성되었다.
이런 놀랍고 위대하기까지 한 입법 성과를 만들었는데 여당인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것은 피아식별을 전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1.
윤석열 ‘정직 2개월’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서는 허영 원내 대변인의 공식 논평으로 충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혹은 지나칠 정도로 민주적 절차를 지켰다고 혹은 윤석열에 대한 쌍욕을 하지 않았다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실효성이 전혀 없는 분열을 만드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2.
왜냐하면 이후에 따라오는 주장이 이낙연, 김태년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 그리고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노파심에서 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낙연 등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재명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디바이드앤룰에 넘어가 내용과 팩트를 무시하고 당 지도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13.
지금 국힘당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를 복기해 보자.
2008년 총선의 결과는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이었다. 사실상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 무려 185석을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다.
당시 민주당은 81석에 불과했다. 지금 국힘당보다 더 쪼그라든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었다. 왜 그럴까?
14.
나는 그 이유가 저들의 내부분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선과정에서부터 친이계와 친박계가 피터지게 싸웠고, 나중에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싸웠다. 그 싸움의 과정에서 당권을 잡은 쪽이 반드시 공천권을 통해 보복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내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김종인과 반 김종인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 아닌가?
15.
민주당이 제대로 된 당의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이다. 이른바 피리부는 사나이 안철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개혁이다. 나는 그래서 안철수를 미워하지 않는다. 가끔씩 (진짜로 웃겨서) 희화화 할 뿐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너무나 훌륭한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 계기를 굳이 따져보자면 저쪽이 내부분열로 인해 망가진 것이 먼저이고, 그 와중에 이쪽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16.
나는 절차와 원칙을 지켜가면서 하나씩 결과를 만들어 가는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과거 한나라당에서 현재 국힘당으로 이어지는 저들의 내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윤석열이 검찰권을 쥐고 있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이며 적어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분리하는 작업까지 끝내야 검찰개혁은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수사권에 대한 완전 분리 입법도 민주당에서는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7.
현재 당정청은 역대급으로 잘 공조하면서 결과를 하나씩 만들어 내는데 왜 비난을 하는 것인가?
속이 후련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욱할 수는 있다. 저들은 반칙을 쓰는데 우리는 원칙을 지키려는 태도가 답답하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조급증 때문에 총구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지는 말자.
아직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2라운드에 들어섰을 뿐이다.
#피아식별의중요성 #검난섬멸전 #추미애재신임청원 #검찰개혁과조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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