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이 버린 시민
한참 전부터 예고된 허리케인이 이 소중한 도시를 집어삼켰을 때 세계에서 제일 부자라는 나라는 뉴올리언스의 가장 가난한 주민을 내팽개쳤다. 부시 대통령은 재해 발생 당시 자신의 텍사스 농장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허리케인 소식을 듣고도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컨트리뮤직 가수와 낄낄대며 사진을 찍었다. 마이클 브라운 미 연방 재난관리청장은 수천 명의 홍수 생존자가 도심 컨벤션센터에 모여 배를 곯으며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능했는데도, 부시는 청장의 등을 두드리며, “잘 처리했어. 브라우니!”하며 칭찬을 남발했다. 허리케인이 멕시코 만 인접 주들을 삼키고 지나가는 동안 부통령 딕 체니는 사람의 목숨보다는 송유관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급급했다. 체니 부통령은 미시시피 주 어느 소도시에 명령을 내려, 텍사스 주와 멕시코 만에서 미국 북동부 지역으로 석유와 디젤연료를 수송하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회사에 즉각 전력이 공급되도록 조치했다. 이 때문에 지역 병원 두 곳과 미시시피 급수시설 몇 곳의 전력 복구가 지연되고 말았다. 백악관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례였다.
그렇게 수치스러운 두 주가 흐른 뒤, 대통령은 홍수로 폐허가 된 암울한 도시를 방문해 자신의 연단에 임시로 환히 불을 밝혔다.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전 지역 주민이 자기 마을과 생활을 재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통령은 선언했다. “우리는 이재민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되길 바란다. 그래야 할 훌륭한 이유가 있다. 사람은 자기가 애정을 느끼는 장소에서 더 나은 삶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가 다녀간 뒤 뉴올리언스는 다시 암흑 속에 던져졌다. 그런 암울한 상황은 수만 명의 주민에게 온갖 방식으로 계속됐다.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에이미 굿맨, 데이비드 굿맨 지음. 마티. 2011. 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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