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순환과 탄소 배출권 제한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은 매년 6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밥이다. 나무와 풀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낸다. 지난 42만 년 동안의 탄소 순환 과정을 과학자들이 조사하여 확인한 결과, 지구의 이산화탄소 양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재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수치는 그동안의 평균치인 250ppm에서 400ppm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200만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산업화 이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에 수억 년 동안 매장되어 있던 탄소를 너무 빨리 방출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탄소 순환에서 '인간의 방해'라고 정의한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 자연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게 된다.
2005년 이후 인간은 매년 300억 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고 있다. 이것도 자연이 흡수한다. 바다와 숲, 초원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60억톤 가량이다. 그러면 240억 톤의 이산화탄소는 어디로 갈까? 이산화탄소는 지구 중력의 작용으로 우주로 날아가지 못하고 떠다니다가 대기 중에 쌓이게 되는데 이것을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햇빛이 지구로 내려오면 우주로 반사되어 나가는데, 온실가스 때문에 햇빛이 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갇혀버린다. 그래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다. 추운 겨울 비닐하우스 안이 따뜻한 것과 같다고 해서 '그린하우스 효과'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4000개에 맞먹는 에너지가 매일 지구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쌓인 온실가스가 매년 300억 톤에 이른다. 청계천에 하루 동안 흐르는 물이 6만 5000톤인데, 이 물이 1280년 동안 흐르는 양이 300억 톤이다. 이것이 인류가 단 1년 사이에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매년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축적되면서 폭염, 사나워진 폭풍, 변덕스러운 강우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에서 대기 속 이산화탄소 양이 200~600ppm 정도만 더 증가하면 더 끔찍하고 강력한 기후 변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경고한다. 인류는 매년 300억 톤 넘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고,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60억 톤이라고 할 때, 인류는 지금보다 이산화탄소를 80퍼센트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각 나라는 여러 가지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 28개국의 1만 2000개 기업은 온실가스 규제와 배출권 거래를 적용받고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뉴질랜드, 일본 같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중국, 인도, 대만, 멕시코, 칠레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탄소세 또는 배출권 거래제를 국가 단위 혹은 지역적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조만간 무역 거래에서 모든 상품에 온실가스 이력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무역 장벽의 큰 축은 탄소세가 될 것이다.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오기출, 사우, 2017. 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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