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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츄리닝 혹은 츄리링 - 충청도의 힘

by 길찾기91 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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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리닝 혹은 츄리링

 

츄리닝의 자 위에 가위표를 긋고 이라고 써 놓았다. 맞은편 신발이 능글능글 웃으며 무식을 나무란다.

닝이지 워찌케 링이랴?”

닝이여? 링이 아니구? 대체루다가 링자 돌림 아닌감? 돌아간다 베아링, 빤스 입구 레스링, 재수 읎이 핸들링, 똥볼 찬다 센타링, 다 털렸다 오링, 솟아난다 스프링... 아녀?”...

돌림자는 조선눔 덜 개족보에나 나오는 얘기구! 양눔덜 말에 뭔 돌림자가 있댜? 전국 팔도 안 돌아댕긴 장이 읎는디 링자 쓴 눔을 집이 말구 본 역사가 읎네. 얼렁 고쳐 써! 옆이 있는디두 챙피혀서 당최 고개를 못들겄어!”

고개를 못 들겄어? 그라믄 파워링인디?”

뭔 링? 그건 또 뉘집 개족보에 나오는 돌림자랴?”

몰러? 거기에다 낑구믄 밤낮 안 가리구 노상 빳빳하게 슨다는디?”

노상 빳빳허믄 뭐한댜? 여편네도 읎는 쉰 총각이? 집이는 맨날 헛좆만 세우는게 벼?”

뭔 초칠 맛으루다가 츄리링 장사를 시작혀 갖구선 이 나이 처묵두룩 장가두 못 가구 이라구 사는지 몰러! 집이맨치루 신발짝이나 띠다 팔았으믄 헛좆은 안 세우구 살 건디.”

심판 읎는 소리 허덜 말구 얼렁 링자나 닝으루 고쳐!”

아닌디... 암만 생각혀두 링이 맞는디......”

신발이 짜증난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씨부럴! 닝기미 좆또여, 아니믄 링기미 좆또여?”

닝기미 좆또지.”

그러니께 츄리닝이지! 얼렁 고쳐!”

츄리닝이 자에 가위표를 치고 다시 자를 새겼다. 그 모양을 지켜보며 신발이 투덜거렸다.

꼭 욕을 얻어 처먹어야 말을 듣는다니께!”

, 욕의 힘이여!

 

-남덕현, <충청도의 힘> 양철북, 2013,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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