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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소시민의 노랑생각 - 김성현

by 길찾기91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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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소시민의 노랑생각
진인진. 2019.

목차
서문 노랑생각
제1장 경제적 인간과 신이 된 시장
제2장 참정권과 선거
제3장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제4장 과학과 종교를 생각하다
제5장 보수의 기원, 서북청년단과 기독교
제6장 베트남을 기억하다

서문

전국에 흩어져 살기에 자주 볼 수 없는 친구들이 아주 가끔 모인다. 모여서 각자의 일 얘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들의 수다가 상당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너희들은 아이들과 대화가 잘 되느냐”고.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세상을 사는 아이들과 인식의 간극은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세대가 달라지며 경험과 가치도 어느 정도 바뀌지 않았느냐며 우리의 시각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세상을 보는 인식은 공유해야 좋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가 겪었던 20대와 우리 아이들이 지나는 20대가 똑 같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아이들과 더 좋은 대화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인식은 넓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 그러다가 근자에 와서 쟁점이 되거나 문제가 커보이게 된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한 친구의 제안은 누군가 이걸 정리해서 청년과의 대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이야기로 연결됐다. 일단 다들 좋은 생각이라 떠들었지만 누군가는 정리를 해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감. 그 누군가가 된 나. 같이 왁자지껄 떠들 때가 좋았다.

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다가 대학 시절 그토록 쓰기 싫어했던 리포트 과제를 이제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게 이 책이다. 진작 하지 않은 공부를 탓하며 다 늦은 나이에 새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맛보며 어설프게나마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그냥 우리의 생각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지만 청년세대인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애비들의 심정으로 말이다.

나에게 짐을 떠넘긴 친구들은 그 사이에도 즐겁게 웃고 떠들어댔다. 내 속이 타들어가는 건 애써 외면하고, 책은 언제 다 되냐는 질문은 자주 하면서 말이다. 긴 시간이 지나 이제 수준 낮은 리포트가 마무리 됐다. 아들에게 한 부분을 읽혔더니 재미있단다. 블로그 보는 기분이라면서. 표현은 좋은데 생각해보니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말을 돌려 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한 리포트 과제가 아까워서 공유차 내놓기로 대단히 과감한 결정을 했다. 혹시라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기대와 함께. 난 아직 순진하니 이런 기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몇몇 친구들 집의 대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단세포적인 기대감을 가지면서.

그간 이 책을 함께 구상하고 함께 떠들었던 친구들(이라 부르고 웬수라 읽는다)이 떠오른다. 임광호, 한동철, 강준모, 이찬홍, 양기동, 윤석운. 너희들은 좋겠다. 숙제 대신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망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출판의 짐을 떠맡아준 친구 김태진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이제 제목이 왜 ‘노랑생각’이냐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

아침마다 자주 보게 되는 장면에서 떠올렸다.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이른 시간 노랑색 유치원 차들이 즐비하다. 왜 그리 진한 노랑색을 입힌걸까. 그건 안전을 상징하는 의미이며 편안한 느낌을 주며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어느 부모인들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에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 그 노랑색을 보며 기억한다. 안전을 위해 주의하라는 경고의 의미를 새기며 말이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 역시 안전에 대한 희구가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다. 민주와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이들의 정치행위에 많은 경우 노랑색을 사용했다. 민주정부를 세웠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노랑색이 같이 떠오른다. 평화를 위한 여정에 노랑색이 늘 함께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제1야당이 되었을 때 사용하던 상징색이 노랑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에서 사용한 상징색도 노랑이었다. 2010년 국민참여당에 이어 현재는 정의당이 노랑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평화와 안전을 생각하는 이들은 주로 노랑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 나 역시 평화로운 세상과 안전한 국가를 꿈꾸는 한 소시민이기에 그 생각을 노랑생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본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어서 갖는 두려움과 염려, 개발에 매진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해 생긴 안전불감증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렇기에 평화와 안전을 희구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소시민들 모두의 소망이다. 평화로운 세상과 안전한 나라를 꿈꾸며 사는 모든 이들과 마음을 같이하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노랑색이 넘실거리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지은 제목이 그래서 ‘노랑생각’이다.

그리 긴 시간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간 경험하고 생각한 내 판단 가운데 하나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생각이 정말 다양하다. 그 다양한 생각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애쓴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의 어느 일부에 위치하면서 마치 진영 전체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듯이 과감하고 씩씩하게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참 많다. 같은 사안을 보는 시각은 정말 다양하다. 그 다양한 시각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나와 다른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마음을 좀 열면 어떨까. 촛불집회든 태극기집회든 참여하는 이들의 생각이 하나일까?

분명 아니다. 각론에서 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큰 줄기를 공유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일 뿐이다. 한 집회에 참여한 이들끼리 의견이 달라 충돌하는 장면도 때로 발견한다. 자기 입장만을 강변하는 그 태도 때문이다. 다름은 작고 같음은 큰데 그 부분을 애써 외면하고 작은 다름에 주목하며 배제하기 시작한다면 평화로운 세상은 요원하다. 좀 더 넓게 보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에서 정리한 여러 가지 쟁점들에 대한 생각 역시 많이들 다를 것이다. 내 생각을 담은 것이지 이것이 정답일 리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이런 시각이 있음을 이해하고 다른 의견을 착한 방법으로 서로 나누다보면 인식의 깊이와 넓이가 깊어지고 넓어지지 않겠는가. 세대 간의 대화든,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든 어느 경우든 말이다. 난 평화와 안전을 사랑하는 노랑주의자로 귀와 마음을 열고 세상을 보려한다.

2019. 9.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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