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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선천적 면역 체계, 온갖 종류의 오물을 막아주는 방어벽 -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by 길찾기91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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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면역 체계, 온갖 종류의 오물을 막아주는 방어벽

선천적인 면역 방어는 서툴고 굼뜬 외부 공격을 통해 완성된다. 면역 방어의 임무는 물리적, 화학적 방어벽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입자가 굵은 오물의 침투는 일차적으로 피부가 막는다. 인간의 피부는 코끼리나 해마처럼 두껍지 않지만 정교한 다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온갖 종류의 오물을 막아낸다. 표피층에는 각질 세포가 기왓장처럼 서로 포개져 있는데, 이것이 오물로부터 물리적으로 보호해준다. 피부 아래 몇 밀리미터 깊이에 배치된 결합 조직에는 작은 지방 쿠션이 깔려있어서 압력과 충격을 완화해준다. 약간 시큼한 땀은 불청객 박테리아가 피부 표면에 자리 잡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리고 피지샘은 지방을 공급하여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수분을 밀어내고, 이를 통해 수분에 무임승차한 이물질의 잠입도 막는다.

인간의 몸에는 눈, 코, 입처럼 구멍이 뚫린 취약한 지점이 있다. 그러나 눈에서는 눈썹과 눈꺼풀이 응급 방어로 오물을 막고, 나머지는 안구 앞에서 눈물이 처리한다. 항균성 효소인 라이소자임이 들어 있는 눈물이 비강을 통해 이물질을 배출한다. 입과 코를 통해 신체 내부로 숨어들어온 유해 물질은 호흡기 섬모가 처리한다. 섬모는 부비동, 후두, 기도 및 기관지를 지나 폐까지 담당한다. 섬모를 크게 확대해서 보면 마치 잘 관리된 잔디밭의 촘촘한 풀처럼 보인다. 이물질이 감지되면 섬모들이 움직이면서 이물질을 침과 점액이 있는 인후 쪽으로 운반한다.

이 모든 방어에도 침입자가 계속해서 아래로 들어가 내장까지 도달하면, 위산이 처리한다. 묽은 염산으로 이루어진 위산은 매우 파괴적으로, 음식물 소화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죽인다.

간은 소화 기능 외에 해독 작용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에서 박테리아를 걸러내고 알코올을 지방으로 바꾸며, 독성 암모니아를 독이 없는 요소로 만들고 물에 녹지 않는 유해 물질을 담즙을 통해 대장으로 보낸다.

신장에서는 수많은 작은 튜브인 네프론이 유해 물질을 걸러내고 배출한다. 소화 '찌꺼기'는 얇은 막을 통해 요도로 떠밀려가는데, 이때 용해된 단백질, 예를 들어 효소는 재활용을 위해 필터가 걸러 보관한다. 이 과정은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어 심장은 1분에 족히 1리터, 하루 총 1,500~1,700리터의 혈액을 신장 조직에 보낸다. 그래서 혈액 순환이 가장 활발한 기관이 신장이다.

장은 청소부이자 건강 활동가로서 천재적인 면역 체계의 중심이다. 장의 기능을 모두 열거하려면 너무 길어질 테니 몇몇 요점만 적자. 길이 1.5m, 표면 넓이 2m²의 대장에는 수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체세포와 함께 거주한다. 박테리아와 체세포는 협동하여 혹은 분업하여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 비타민, 염분을 공급하며, 동시에 건강 검진 서비스도 담당한다. 면역 세포의 약 70%가 이곳에서 활동한다. 몇몇은 불청객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물질을 생산하며, 몇몇은 주변의 위험을 스캔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병원체가 발견되면 전달 물질로 경보음을 울리고 불청객 침입자를 파괴한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는 보호 반응도 있다. 예를 들어 재채기가 있다. 재채기는 유해 물질과 박테리아를 불편함 없이 코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구역질과 설사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신체가 일으키는 일종의 폭동이다. 독이다!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 살모넬라와 같은 박테리아 혹은 살충제나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혹은 너무 많이 먹어도 이런 일이 생긴다! 아니면 잘못된 음식을 먹었을 때! 예를 들어 우유 알레르기나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 있는 경우, 혹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도 일어난다.

이때 몸이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원인을 제거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위가 불편해지고 구역질이 난다. 그리고 경련이 뒤따른다. 뇌의 구토 센터가 식도 방향으로 토해내라고 지시하거나, 어떨 때는 대장 방향으로 서둘러 배출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대장은 설사를 일으켜 병원체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런 경우 몸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치유한다. 우선 입맛이 떨어지고 잠이 쏟아지며,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갈증을 느낀다. 그리고 며칠 뒤면 다시 건강해진다.

외부 공격이 강하면 병이 난다. 이 역시 면역 방어가 제 기능을 한다.는 좋은 징조다. 면역 세포가 만들어지는 신체 기관은 가슴샘으로, 신체기관 중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가슴샘은 쇄골 뒤편에 있고 무게가 약 40g 이며 사춘기까지만 활동한다. 사춘기가 지나면 쪼그라들어 이렇다 할 다른 기능이 없는 지방 조직으로 변한다. 가슴샘은 생후 1년동안 골수의 줄기세포를 면역 세포로 교육하는데, 그 정도면 남은 생애 동안 신체에 위협적인 낯선 세포를 알아차리기 충분하다. 그리고 일리야 메치니코프가 관찰한 대식 세포들이 침입자를 포위하고 그것을 잘게 쪼개는 활동을 시작한다. 대식 세포들은 효소를 이용해 침입자를 녹이고 밖으로 배출한다.

염증, 통증, 발열을 신체 언어로 풀이하면 이렇다. 면역 세포가 번식하여 혈관 및 림프계를 통해 감염된 부위의 모세혈관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모공이 확장하여 대식 세포가 지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활동 공간을 확보해준다. 조직액 역시 그곳에 모이기 때문에 감염 부위가 팽창하고 아프다. 열도 종종 나는데, 이는 다시 병균의 증식을 막아준다. 병균은 보통 체온에서만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선천적 면역 방어 대식세포들은 먼저, 메치니코프의 물벼룩과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인간의 면역 방어는 단순한 수생 생물보다 확실히 유연하게 기능한다. 선천적 면역 세포에 후천적 면역 체계 안에서 훈련받은 전문적인 조력자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한네 튀겔, 반니, 2020. 18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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