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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173등 - 마지막 비상구.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대전환

by 길찾기91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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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학교와 콜롬비아대학교가 매 2년마다 각국 환경오염 현황 등을 평가해 작성하는 EPI(환경성과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대기질 수준은 180개국 중 173등이었다. 중국이 179위였고, 방글라데시가 꼴찌였다. 한국은 지름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상물질인 피엠(PM) 2.5, 즉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질 기준을 초과한 날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입자상물질이란 공중에 떠 있을 만큼 작고 가벼운 고체와 액체가 합쳐진 것인데, 각국은 이 중 인체에 흡입될 수 있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입자상물질(PM10)부터 주요 대기오염물질로 분류해 관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한국 주요 도시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서울이 46입방미터당마이크로그램(/m³), 부산 49/m³, 인천52/m³ 등으로 선진국 주요 도시에 비해 5~30/m³ 가까이 높다. 같은 해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서울 23/m³, 인천 29/m³, 대전 28g/m' 등으로 WHO 권고 기준치인 10g/m³2배 이상 웃돌았다.

 

지난 20179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년 초미세먼지 노출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32/m³ 35개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각국의 연평균 PM2.5 농도에 인구 분포를 가중 계산한 값이다. OECD 국가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14.5/m³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1998년부터 17번 실시된 이 조사에서 한국은 12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대기오염 주범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주로 공장, 자동차, 비행기, 선박, 건설기계 등의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공기중으로 직접 배출된다. 석탄화력발전소도 주요 배출원이다. 반면 초미세먼지는 공기 중으로 배출된 특정 화학물질들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2차 생성 비중이 높다.

 

대기 중 화학작용으로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물질은 석탄, 경유, 중유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황(SO)과 질소 산화물(NOx), 각종 유기용제와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 시설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주력 산업에서 석유 소비가 많고, 발전소 중 아직도 석탄을 태우는 곳이 많으며, 값싼 산업용 전기료 탓에 에너지 낭비가 심한 한국의 현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 대기오염이라는 '부메랑'을 낳은 셈이다.

 

이런 대기오염 물질이 정확히 어디서 가장 많이 나오는지 측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보니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을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다. 환경부는 지난 20179월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 등을 통해 국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중 30~50퍼센트(평상시), 혹은 60~80퍼센트(고농도 시)가 국외에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중국 발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날아와 대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민경은 교수는 한국의 대기가 어느 만큼 주변국의 영향을 받는지 정량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측정상의 문제 외에도 기상 상황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민경은 교수는 서해상에 중국 발 오염원이 있다고 생각될 때도 그 이전 움직임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오염 물질이 서해로 돌아 나갔다가 중국 것과 섞여 들어오는 상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1군 발암 물질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2013년부터 미세먼지를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가 IARC의 발암 물질 분류 기준 4개 군 중 암과의 인과관계가 가장 확실한 그룹에 속한다는 의미다.

 

숨을 쉴 때 코로 들어온 공기 중 먼지는 대개 코털과 기도의 섬모(미세한 털)에서 걸러지는데,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폐 속까지 그대로 들어간다. 체내에 침투한 미세먼지는 호흡기계통에 염증을 일으키며 기관지염, 천식, 폐렴을 악화시키고 심할 경우 폐암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WHO보고서는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지역 수천 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미세먼지 속 독성이 혈액 속에 녹아들면 피가 끈적해지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호흡계, 심혈관계 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세먼지가 더욱 위협적이다.

 

지난 20173월에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 김호 교수팀이 초미세먼지가 1m10g씩 늘어날 때마다 파킨슨병(신경계 퇴행성 질환) 환자의 증상이 심해져 입원하는 사례가 1.6배로 많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체 발달이 진행 중인 아이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가 정상 크기로 발달하지 않거나, 심한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폐 기능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OECD2016년 발표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는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2060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00만 명당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포괄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역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임영욱 부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전반적으로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들여다보는 연구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미세먼지 저감 장치 등 기술 개발에 쓸데없이 힘을 쓸 게 아니라, 어디서 어떤 먼지가 얼마만큼 나오는지 원인 파악부터 제대로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153.

 

마지막 비상구, 제정임, 오월의봄, 2019. 14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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