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이야기

페스트, 홍콩에서 해답을 찾다 - 탐정이 된 과학자들

by 길찾기91 2020. 12. 7.
728x90
반응형


페스트, 홍콩에서 해답을 찾다

페스트의 원인은 런던 대역병으로부터 2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밝혀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또 다른 페스트 유행의 한복판에서였다. 1894년 1월 홍콩에 선페스트(bubonic plague)가 크게 유행하여 그해 6월까지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가난한 중국인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홍콩의 총독이었던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 경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이 고통 받는 도시로 와서 페스트를 막을 해법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의 저명한 과학자인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郎)가 이 요청에 응했고 총독은 크게 기뻐했다. 홍콩의 과학자와 의사 들은 기타사토 전용 연구소를 마련하고 옆에서 일을 도울 직원들도 고용해 주었다.

그런데 이처럼 기타사토를 성대하게 환영하느라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사람들은 또 한 명의 과학자가 홍콩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넘어갔다. 바로 알렉상드르 예르생(Alexandre Yersin) 이었다. 예르생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프랑스령 식민지(오늘날의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의료 활동을 해온 스위스 출신의 세균학자였다. 예르생은 따뜻하게 환영받지도, 연구 공간을 지원받지도 못했다. 그는 기타사토의 연구소가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 옆에 자비로 초라한 밀짚 오두막을 지어 연구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기타사토가 예르생에 비해 훨씬 많은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두 과학자는 페스트의 원인을 밝힌 최초의 인물이 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두 사람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기타사토는 예르생이 페스트로 사망한 환자의 사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를 쓰기도 했다. 예르생은 연구에 필요한 페스트 환자의 혈액과 조직 표본을 손에 넣기 위해서 병원의 페스트 격리병동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뇌물을 주어야만 했다.

그해 6월 두 과학자는 각각 자신이 페스트의 병원균을 성공적으로 분리해 냈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기타사토가 최초 발견자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훗날 과학계는 예르생을 페스트의 병원균을 발견한 최초의 인물로 인정했다. 그리고 이 세균은 예르생의 공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예르시니아 페스티스(Versinia pestis)'라고 명명되었다.

예르생은 최초로 페스트 예방 백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백신은 1896년 인도 봄베이(오늘날의 뭄바이)에서 페스트가 크게 유행했을 당시 시험적으로 사용되었고 일부 사례에서 효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예르생은 선페스트의 전염에 있어 시궁쥐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1987년 폴루이 시몽(Paul-Louis Simmond)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시몽은 자신의 연구에서 열대쥐벼룩이 쥐와 쥐 사이에 페스트를 전염시키는 매개동물임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벼룩은 더 이상 물 쥐가 없어지면 사람에게 페스트를 옮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몽의 연구가 과학계와 의학계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4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지만, 마침내 페스트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모두 해결되었다.

오늘날에는 페스트에 걸려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항생제 치료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그럼에도 페스트는 여전히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1993년 인도의 남부와 중부 지방에 큰 지진이 일어나 벵갈루루와 봄베이, 하이데라바드, 마드라스 같은 대도시는 물론 수많은 중소도시와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 여파로 지진 때문에 졸지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거대한 빈민굴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던 빈민굴에는 시궁쥐 또한 득시글거렸다.

1994년 9월 수라트 시에 위치한 한 거대한 빈민굴에 페스트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55명이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중세의 페스트 유행 당시 끔찍할 정도로 많았던 희생자 수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치이지만 전 세계를 당황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인도를 드나드는 민영 항공기의 운항이 중단됐고 인도의 주식 시세가 폭락했다. 교역이 중단됐고 언론에는 페스트가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 범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참 다행히도 인도의 페스트는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이후에도 알제리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몇몇 지역에서 페스트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국제 의료진을 파견하여 페스트가 널리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구는 페스트를 재발생 가능 질병, 즉 끊임없이 감시하고 경계해야할 위험으로 구분하고 있다.

탐정이 된 과학자들, 마릴리 피터스, 다른, 2015. 38-42.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어린이날 어른도 함께 읽으면 좋을 ‘탐정이 된 과학자들’

MBC 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

sports.khan.co.kr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