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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실수 - 브란덴부르크 비망록

by 길찾기91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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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실수

 

샤보브스키 공보 비서는 1989 11 9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동독 각료회의가 제안한 새 여행법을 발표했다. 몇 가지 규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해외여행은 별도의 전제조건(여행 목적과 친척관계)을 제출하지 않고도 신청할 수 있다. 여행허가는 즉시 내려진다. 여행 거부 근거는 특별한 예외 경우에만 적용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날 발표 배경을 두고 엇갈린 주장들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실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티어제 전 하원의장에 따르면 베를린 장벽의 개방은 의도적이고 정책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실수였다. 동독 지도부는 여행규제를 완화하려 했을 뿐이었다.” 새 여행법은 베를린 장벽의 개방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독일 제데에프[ZDF] 방송은 샤보브스키의 발언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실수로 표현했다.

크렌츠 당 서기장은 11 9일 각료회의가 마련한 새 여행법 초안을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샤보브스키에게 건네주었다. 샤보브스키는 그 초안이 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승인이 난 것으로 알아들었다. ‘구동독 과거청산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샤보브스키는 여행법안에 관련된 실행 규정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11 8일 새 수상에 지명(11 13일 취임)된 한스 모드르는 훗날 장벽 개방이 미리 준비되고 계획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베를린은 전승 4대국의 권한 아래 있었기 때문에 소련의 의향을 타진했어야 하는데, 소련에게 사전 통고를 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모드르의 얘기가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이 법안은 법적 문제나 재정 문제에 관해 서독이나 서베를린 당국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이 법안은 12 1일까지 인민의회에 제출될 예정이었다. 크렌츠 서기장의 진술에 의하면, 각료회의에서는 12월경 발효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샤보브스키는 이 법률이 언제부터 발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즉각[ab sofort], 지체하지 않고 발효될 것이라고 잘못 대답했던 것이다. 잘 모르는 듯 계속 법안의 내용을 이리저리 들춰보면서 말했다. 그의 대답은 동독 국영 ADN 통신사를 통해 보도되었으며, 아에르데[ARD] 방송국은 여행법을 8시 뉴스의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동독이 국경을 개방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그러자 동독 주민들이 동서독 경계선의 국경통과소로 몰려들어 베를린 장벽이 즉각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기자회견을 보고 있던 티어제 전 하원의장은 지금 당장 서베를린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서베를린 기자들은 특유의 감각으로 장벽으로 달려갔으나, 동독 국경수비대는 상부의 지시가 없어서 어리둥절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때 동독 주민들이 달려와서 갔다 다시 올 것이다![Wir kommen wieder!]”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넘어가곤 했다. 그날 밤 동.서베를린의 모든 국경통과소가 개방되었고, 베를린 이외 동.서독 지역의 국경검문소도 개방되었다. 그리고 불과 사나흘 만에 10여만 명이 베를린 장벽을 넘어가 서베를린에서 축제를 즐겼다.

 

<브란덴부르크 비망록-독일통일 주역들의 증언> 양창석, 늘품플러스, 2011.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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