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윤대통령의 공적 건강보험 몰이해,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는 건보 존재 의미를 허무는 일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을 건강보험 제도 근간을 해친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했다.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과잉진료가 발생하였기에, 건강보험을 다시 정상화하겠다고 한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문케어 폐기’수순으로 진단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문제들을 열거하며 보장성 강화계획을 철회하거나 후퇴하는 정책을 내놨다.
우리는 문케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애초 잘못되었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에 대한 이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의 역할은 크게 강화되었다. 한때 의료비 부담의 큰 축이었던 3대 비급여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쓰지 않는다. 환자부담의 큰 이유였던 선택진료비는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상급병실료는 2인실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었다. 간병료의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간병서비스까지 포함하는 통합간호간병서비스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의학적 비급여의 상당수가 급여로 전환되었다. 특히 보험적용이 거의 되지 않았던 MRI, 초음파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이 줄고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크게 늘지 않았다. MRI 등 일부에서는 예상보다 의료이용량이 더 늘어나는 문제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문재인케어의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섣부르다.
문케어 시행 전후(2016년 vs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6%에서 65.3%로 2.7%p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문재인 케어의 효과가 드러난다. 종합병원급 이상 입원진료비 보장은 5.8%p(68.8%→74.6%)증가했고, 고액진료비 상위 30개질환의 보장은 4.8%(77.3%→82.1%)늘었다. 특히 아동 입원 진료비는 무려 10.9%p(62.4%→73.3%)가 증가했다. 주로 고액, 중증, 소아, 입원진료비의 보장효과가 컸다. 반면, 외래 진료비 보장률은 1.9%p 증가에 그쳐고, 특히 의원급 진료비는 오히려 2.6%p(62.2%→59.6%) 하락했다. 주로 경증질환, 외래질환에서 보장률은 정체되었거나 외려 감소했다. 외래 경증질환의 보장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문재인케어 때문이 아니다. 실제론 실손의료보험의 계속된 팽창 효과가 낳은 결과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도수치료, 백내장, 수액치료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관련 진료과의 보장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의원급 정형외과는 9.8%p(58.6%→48.8%) 감소하였고, 재활의학과는 무려 27.4%p(75.7%→48.3%) 감소했다.
이것으로 볼 때, 문재인케어 시행후 보장률 개선이 예상보다 되지 않은 이유는 실손의료보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를 크게 유발하는 실손의료보험을 규제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문케어의 효과는 반감되었다. 문케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보장성 강화가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개선해준 효과는 외면하고, 대신 일부 보장성 강화로 의료이용량이 증가한 것만을 확대해석해서 문케어를 비판한다. 보장성이 확대되면, 의료이용량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만일 필요한 의료이용이 아닌 낭비적 의료이용이 나타나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려선 안되지 않은가.
건강보험 재정도 적자로 전환된 것도 그렇다. 보장성 확대가 되면 건강보험 지출이 많아지게 되고, 당연히 건강보험 수입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보장성 확대에 요구되는 건강보험료는 적게 늘렸고, 더구나 국고지원은 매년 수조원씩 과소 지급했다. 국고지원만 제대로 이뤄져도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에 따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후퇴시킨다면, 국민의 병원비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다. 가입자당 월 몇천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겠지만, 병원비로 인한 가계파탄 위험은 커지고, 실손의료보험의 지출은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게 뻔하다. 윤대통령의 인식대로 가면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크게 증가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 후퇴는 실손의료보험의 확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지금도 실손의료보험가 갱신할때마다 폭탄으로 가계의 부담을 크게 지우고 있는데, 더 큰 보험료 인상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다시 의료비의 낭비와 누수를 더 커지게 하는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가 크게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해주는 비급여인데, 실손의료보험이의 역할이 커지면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와 의료의 비효율성은 더욱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케어에 대한 인식은 매우 잘못되었다.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지금도 우리 국민은 여전히 고액, 중증질환 앞에서는 가계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건강보험 보장률은 선진국 대비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후퇴시키면 가계부담은 더욱 커지고 사보험 시장언 더욱 팽창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해야할 일은 전임 정부의 성과마저 외면하고 뒤집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문케어의 공과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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