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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대한 에너지전환포럼 긴급 논평(2023.4.28)
- 공허한 한미 원전협력 홍보에 국내 에너지정책은 무정부 상태
- "지적 재산권 존중, IAEA 추가의정서 준수"는 한국 원전수출에 대한 경고
이번 공동성명에는 이례적으로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적재산권(지재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문장이 포함되었다. 지난 2021년 5월 전 문재인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간의 정상 공동성명 발표에서는 본문에 담기지 않고 이른바 팩트시트(Factsheet)에만 담겼던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지재권 존중, 원전수출 대상국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준수 문구가 이번에는 원전협력 관련 요구조건으로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이다.
IAEA 추가의정서는 가입국의 핵활동에 대한 핵사찰을 의무화한 국제 핵비확산체제의 일환이지만, 이는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수출을 모색해온 한국에게 무모한 원전수출 시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지금까지 우라늄농축 권한을 공공연히 주창해온 사우디는 이 추가의정서 가입을 거부해왔고, 미국은 핵확산위험 때문에 사우디와의 원자력협정 체결을 불허해왔다. 이번 성명으로 인해 한국이 지난 15년간 추진해온 사우디 원전수출은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지재권 존중 문구는 더 심각하다. 이미 한미간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미공동성명의 문구로 원전을 특정해 지재권 존중을 새로이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폴란드 원전수출 추진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법원에 한수원의 APR-1400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System 80) 설계에 기반한 기술로 이의 제3국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성명 발표일 폴란드 방문한 웨스팅하우스 사장의 강경발언
더욱이 공동성명이 발표되던 27일 웨스팅하우스 패트릭 프래그먼 사장이 바르샤바를 방문해 폴란드 언론사 기자단과의 대화에서 “우리에게 한국의 (퐁트누프) 원전사업은 가상의 사업일 뿐 실현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미국법과 국제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폴란드에 한국원전이 절대로 건설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한수원과의 협상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 소송은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다.”고 답했다. 이 같은 프래그먼 사장의 발언은 현지 에너제티카24(Energetyka24) 등 복수의 언론을 통해 당일 보도되었다.
같은 날 공동성명 본문에 새롭게 담긴 원전 지재권 문구와 웨스팅하우스의 강경발언은 그 기조가 일치하고 있으며 미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간 사전교감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이후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폭 축소된 세계 원전시장에서 원자력계의 절박감을 보여준다. 윤석열정부는 이처럼 사양길에 접어든 세계 원전시장에서 무리한 원전수출 업적 추구로 무의미한 행정력낭비와 공기업의 자원낭비를 자제해야 한다.
공허한 원전수출 업적쌓기 중단하고, 산적한 국내 에너지문제에 집중해야
정부는 그동안 한전, 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 요금정상화 등 산적한 문제들을 모두 내팽개친 상태에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러시아 경제제재 동참까지 선언하면서 국내 에너지위기를 점입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공허한 원전수출 실적내기로 행정력낭비를 중단하고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해 그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이미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15년째 이어져온 사우디 원전수출의 허상이 이번 공동성명으로 종지부가 찍힌 만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의식해 복지부동상태에 있는 여당에게 내어준 전기·가스요금 결정권한을 회수하고, 전문화된 독립에너지 규제기구를 신설해 그 권한을 위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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