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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노년
보부아르는 『노년』 제2장에서 '인종학적 자료들'이라는 소제목하에 64쪽이나 되는 분량을 할애하여 선사시대의 노년을 다룹니다. 그러나 테인은 『노년의 역사』에서 그 부분을 완전히 생략하고, 미누아도 『노년의 역사』에서 10쪽 정도 할애하여 간단히 설명할 뿐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보부아르는 선사시대나 역사시대나 노년에 대한 해결책은 다양하고 유사했음을 밝히기 위해 여러 민족의 경우를 설명했습니다. 가령 구약성경 창세기에 의하면 아담은 930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5.5). 아담뿐 아닙니다. 구약성경 속 노인들은 다들 엄청나게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사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사냥, 전쟁, 기근, 식량 부족, 질병 (미누아, 45쪽)"으로 인해 매우 짧았습니다. 약 320만 년 전의 인류 화석 루시(Lucy)는 최초의 인류라 여겨지는데, 20~30세 사이에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노령이 아닌 젊은 성인이었으며,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 사망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하튼 대체로 평균수명이 상당히 짧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시대에 장수는 존중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담 등이 장수했다고 하는 것도 그런 존중에서 나오는 과장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노년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한다는 식으로 신비화되었지요. 실제로 무당이나 성직자는 나이 든 사람들이었습니다. 노인은 지혜와 경험으로 판단을 내리고 젊은 세대를 교육하며 종족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식이 부족하여 노인을 부양할 수 없을 때에는 추방되거나 죽임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노인들의 운명은 공동체의 경제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년에 이르면 대체로 무시당했지요.
보부아르는 여러 원시 부족의 노인에 대해 소개합니다.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설이 있는 시베리아 동북부의 반(半)유목민 야쿠트족(Yakuts)의 노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지요.
그들은 가축을 키우고, 얼어붙은 겨울과 찌는 듯한 여름을 감내했으며, 대부분은 일생 동안 허기를 참으며 살아야 했다. 이런 풍요롭지 않은 문화 속에서 지식이나 경험은 아무 소용이 없었으며, 종교도 겨우 미미하게 존재할 뿐이었다. 거기서는 마법이 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샤머니즘이 발달했다. 샤먼적인 계시와 입문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었을 때에 일어난다. 그리고 이미 얻은 힘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노인들 가운데서도 늙은 샤먼들만 존경받았다. 가정은 족장제였다. 아버지가 가족들을 소유하여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했으며 아이들을 팔거나 죽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흔히 딸들을 쫓아냈다. 아들이 아버지를 무시하거나 아버지에게 복종하지 않을 경우 아버지는 아들의 상속권을 박탈했으며, 원기 왕성한 아버지는 폭정을 했다. 아버지가 노쇠해지면 아들들은 곧 자기재산을 챙겼고 그가 죽게 방치했다. 어린 시절에 학대받은 그들은 늙은 양친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보부아르, 63~64쪽)
일본 북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에게도 유사한 경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원시사회 전체에서 일반적이었다고 보부아르는 말합니다. 한반도에도 아비를 죽이는 살아비, 아비를 떠밀어 죽이는 민애비 바위, 병든 노인을 관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 장사지내는 고려장, 죽기 전에 외딴집에 유기하는 피막 습속 등이 있었습니다. 원시인들은 노인을 "죽이거나,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거나, 최소한의 생명만을 유지하도록 하거나, 안락한 종말을 맞도록 해주거나, 혹은 그들을 존경하거나 혹은 극진하게 대접"했다 보부아르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문명화된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결론 내립니다(보부아르, 118쪽). 보부아르처럼 나도 지금 한국의 노인들이 원시시대의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서양과 달리 동양, 특히 한국에서는 샤머니즘이나 가부장제가 여전합니다. 물론 그 샤머니즘이란 지극히 부정적인 것이고, 가부장제도 노인이 되면 권위를 잃는 허구적인 것입니다.
노년이란 무엇인가, 박홍규, 들녘, 2025, 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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