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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손에 맡겨진 전쟁
드론의 등장은 군사전략에도 여러 변화를 불러왔다. 병사 한 명이 조종하는 드론 한 대가 전차부대를 무력화할 수있는 시대가 되면서, 탱크나 장갑차 중심의 지상전 교리가 재검토되고 있다. 또한 하늘에서 지상을 감시하는 눈인 드론 때문에 은밀한 기동도 어려워졌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포병부대의 위치가 드론 정찰로 발각당하여 몇 분 만에 포격을 받은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드론을 잡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한 저가형 자폭 드론은 기본적으로 군인이 조종한다. 이에 러시아는 드론 조종에 필수적인 건파를 교란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전파 교란으로 드론 통신을 끊고, 대공포나 미사일로 작은 드론을 요격하는 방공 시스템 개발을 통래 대 드론 전술이 수립되고 있다. 효율성의 왕관을 쓰고 나타난 드론이 현대전을 송두리째 뒤흔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기술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군의 대응 전술에 반격하기 위하여 다시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한 기술이 바로 AI이다. 기존의 저가형 드론이 러시아군의 전자전에 당하자, 우크라이나군은 AI가 탑재된 고급 드론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드론들은 GPS 신호 없이도 자체적으로 지형을 분석하고 최적 경로를 산출하며 목표물을 정확히 식별해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은 AI로 구동되는 전술 프로그램과 군집 드론 기술을 접목해 작전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을 뿐 아니라,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러시아 본토의 정유 공장까지 정밀 타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렇게 AI와 드론이 급부상하게 된 데에는 미국의 팔란티어와 같은 방산 AI 업체들의 첨단 기술이 있었다. 실제 팔란티어가 개발한 AI 표적 식별 소프트웨어 덕분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명중률은 전년 50퍼센트 미만에서 올해 80퍼센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예견한 'AI가 지휘하는 전쟁'이 우크라이나 들판과 도시 상공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AI 전쟁 시대가 우크라이나에서만 열린 것은 아니다. 중동에서도 AI 전쟁 시대의 서막이 펼쳐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최근 분쟁에서 하늘을 메운 것은 전투기보다 수많은 무인기였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인 하마스는 '가난한 이들의 무기'라 불리는 소형 드론으로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로 비행을 제어하는 군집 드론을 실전에 투입한다. 가자지구 교전 당시 이스라엘군은 자율 운용되는 드론들을 한꺼번에 출격시켜 복잡한 도심 속에 숨은 표적을 몇 분 만에 찾아내 파괴하는 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아도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드론 부대는 마치 벌떼처럼 표적을 추적했고, 인공지능의 눈은 밤낮없이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제 전쟁은 AI의 게임이 되었고, 인간은 그 판 위에서 점차 주변인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렇듯 AI가 병사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한 전장에서 드디어 SF속 단골 악역이 현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살상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무기, 이른바 킬러 로봇(killer robot)의 등장이다. 2020년 북아프리카 리비아 내전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완전자율무기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당시 투입된 터키제 자폭 드론인 카르구-2 한 대는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스스로 표적을 추적한 끝에 도주하던 적군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SF 영화 속한 장면 같았던 이 사건은 더 이상 킬러 로봇이 상상이 아닌 현실의 무기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로도 전장을 무대로 자율살상무기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즈가 개발한 자폭 드론 라니우스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탐색부터 표적 식별, 공격까지 전 과정을 인간의 조작없이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쟁에 가까운 충돌이 벌어졌고, 개전과 동시에 이란 최고위 장성들이 원격 드론 공격으로 제거됐다. 희생자 명단에는 이란군 합참의장 모하마드 바게리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까지 포함되었다. 이어 20여 명의 고위 지휘관 및 이란의 핵심 핵과학자들이 연달아 폭발에 휩싸였다. 누군가는 테헤란 시내 한복판에서, 또 누군가는 이란 서부 지방을 이동하던 중 자폭 드론의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로부터 1,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이스라엘이 사용한 기술의 세부 사항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위성과 무인 드론, 그리고 AI가 결합한 원거리 정밀 타격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AI가 단순히 무기 체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모든 측면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이 그 생생한 증거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 팔란티어는 우크라이나에 자사의 AI 플랫폼을 제공하며 전쟁의 판도를 뒤집고 있다. 위성 이미지, 드론 영상, 공개 정보, 현장 보고서까지 모든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전장 지휘관에게 최적의 표적을 제시한다. 놀랍게도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결정 중 다수가 이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속도다. 표적 발견부터 타격까지의 시간이 단 몇 분으로 단축됐다. 과거에는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리던 일이다. 이제 전쟁은 알고리즘의 속도로 진행된다. 마크 밀리 전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를 "전투의 성격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물리적 전장이 아닌 알고리즘 전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알고리즘의 우위가 곧 전장의 우위가 되는 시대, 그것이 바로 지금이다.
AI 무기의 등장은 군사기술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전통적인 무기는 방아쇠를 당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이 통제했다. 하지만 AI 무기는 다르다. 알고리즘이 스스로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한다. 생사를 가르는 순간에 인간이 배제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인간의 생명을 맡겨도 되는가?" 유엔 사무총장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살상무기를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고 규탄했다. 한 유엔 회의 참가자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시구를 인용해 "매가 매사냥꾼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세상이 혼돈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창조물이 창조자의 손을 벗어나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킬러 로봇'을 지뢰처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군사 강국들의 반대로 국제적 합의는 요원하다. 그사이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윤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죽음이 결정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인간 없는 전쟁, 최재운, 북트리거, 2026, 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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