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시키는 개혁이 타당한 것인지 논란인 모양인데,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검찰이 원래부터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어서 검사를 "칼잡이"라고 불러왔지 않냐고 말하는 웃픈 코미디까지 보인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검사들 스스로도 깊은 성찰을 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칼잡이" 운운해왔지만 이는 잘못이다.
공직명인 검사(檢事)와 칼잡이를 의미하는 검사(劍士)가 발음이 같다는 것을 갖고 말장난을 한 것인데, 사실 은유하자면 검사는 칼보다는 칼이 함부로 사람을 다치지 않도록 하는 칼집에 가까운 직책이다.
즉, 검사는 정부의 법률가로서 정부의 행정작용이 법치행정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조력하고 감독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데, 특히 수사가 완료된 사안에 대해서 형사재판절차에 피의자를 기소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권한이자 업무다.
위와 같은 검사의 형사사법절차상 권한을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사기관(주로 경찰)이 공권력인 수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 위법수사를 했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즉, 검사는 수사기관의 위법한 공권력(수사권) 행사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본연의 임무인데, 검사 스스로 이런 본연의 임무를 간과하고 스스로 "칼(수사권)잡이" 운운해왔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검사는 법률전문가일 뿐 수사전문가가 아니다. 수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전문영역인데, 대한민국은 검찰제도가 도입된 일제강점기부터 식민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검사에게 경찰을 지휘해서 수사까지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집중시켰던 비정상적인 제도가 현재까지 정상화되지 않고 내려온 것이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시행된 검찰제도는 일본 본토에서 시행된 검찰제도와도 전혀 달랐다. 그렇게 기형적으로 비대한 권력을 갖게 된 검찰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검찰이다.
원칙적으로 검찰은 수사권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검사는 국민의 인권보호에 최상의 가치를 두어야 할 인권보호기관이어야 한다. 그런 검사가 스스로를 "칼잡이" 운운하는 것은 얼빠진 언동이 아닐 수 없다. 검사는 절대로 "칼잡이"가 아니고 "칼잡이"여서도 안된다. 이런 법치주의의 기본적 원칙을 우리 사회에서 제법 식자연하는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권에서 수사권을 분리하는 개혁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황당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검찰은 수사기관인 경찰의 적법절차에 의한 수사를 감독하는 정부의 법률가 집단으로서 형사사법절차에서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을 행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것이 정상적인 국가제도인 것이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와 국가제도를 정상화, 민주화시키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고 과정일 뿐이다. 논란의 여지 자체가 없는 문제라는 얘기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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