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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욕망이 염치를 이기면 괴물이 된다 - 이연주 변호사

by 길찾기91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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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염치를 이기면 괴물이 된다

 

어느 출판사가 한명숙 전 총리의 자서전 출판을 위하여 클라우드 펀딩을 열어 3천만원 남짓이 모금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돈에 대해 검찰이 압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기회를 대검 부장회의에 공을 넘긴 탓으로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산산조각난 삶을 이어붙일 방법이 없습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위반죄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우격다짐으로 창조해낸 세계는 참으로 투박하고 허술하고 어이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획은 성공합니다.

2011년 2월의 법정에서 증인 김모는 한만호와의 친분을 보여주기 위한 에피소드로 2007년 12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유세주선을 가져옵니다.

지인이던 한만호가 부탁을 하여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주최한 콘서트에 유세를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의 진위는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한만호는 통영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2010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첫 출정을 가게 됩니다. 김모는 그 날 구치감에서 대기하던 중에 한만호로부터 혐의 등 그가 불려온 사정을 듣게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난생 초면인 사람에게 자신의 범행을 실토하고 상의할 사람은 없으므로 검찰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그 둘은 반드시 구면이어야 했습니다.

한만호는 김모를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였다고, 저 말을 하는 김모의 머리를 쪼개보고 싶다고까지 슬프게 이야기했으므로 그 에피소드의 진위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사직격은 10년이 지난 2021년 2월 증언이 허위임을 보여주는 사정들을 제시합니다.

첫째 우선 콘서트를 주최한 케이블티비 회사의 사람들은 그 증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김모가 운영한 회사가 아닌 겁니다.

둘째 콘서트 기획사는 유세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대선캠프 관계자는 그 날 해당 일정이 없음을 확인해주었습니다. 결국 정 후보는 해당 콘서트와 겹치는 시간에 케이비에스 방송국에서 방송연설을 녹화하던 중이었다는 점이 밝혀집니다.

사실 입장권 사서 들어간 콘서트에 정치인이 나타나서 유세를 했다고 한다면 야유에 환불소동에 난리가 났을 겁니다. 언론에서도 떠들썩하니 다루었겠지요.

2019년 4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에프씨 홈경기가 열리는 축구경기장에 들어가서 선거운동을 한 때처럼요.

그리고 공직선거법상 연설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데, 입장권을 구입한 자만 출입시켜 주는 경기장, 공연장은 유세가 허용되는 장소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황교안 전 대표의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위반죄 시비가 있었습니다.

오랜 공안경력검사도 특수부 검사들도 공직선거법 따위는 알 바 아닌거죠.

검사들은 필사적이기는 했으나 정교하지는 않았습니다. 권력은 자신이 원하는 사실을 진실로 통용시킬 수 있는 힘이고, 양치기소년들은 그 권력을 믿었기에 그 콘서트의 관객 몇천명, 공연기획사, 대선캠프 관계자 모두가 기억할 만한 진실 따위는 두렵지 않았을 겁니다.

디테일도 이곳 저곳이 모두 틀려 있습니다.

그 배우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상징색이 주황색임에도 정동영, 조배숙, 한명숙 등 선거유세에 참여한 사람들이 샛노란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고 증언했는데, 검사마저도 왠일인지 동일한 착오를 하여 증거제출목록에 열린우리당 유세라고 썼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양치기 소년들은 가짜 늑대를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절친인 바람잡이들은 모이를 놓고 서로 다투는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양치기소년들의 말을 더 집어삼키지 못해 안달입니다. 그리고는 그 말을 다시 토해내어 온 동네에 메아리치게 만듭니다.

구경꾼들은 늑대의 터럭 하나도 보지 못했고, 울부짓는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온 동네를 울리는 메아리에 현혹됩니다.

우리가 현혹된 사이에 제물이 된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늑대에 우두둑 우두둑 뼈째 씹힙니다. 뒤늦게 우리는 눈물 몇 방울을 떨구고 값싼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안깁니다.

그러나 타인의 산산조각난 삶 앞에서 우리는 전혀 무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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