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을 버린 사람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영일재 전 법무부 장관은 말합니다.
"법관에게 있어 정의는 영원한 짝사랑이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겸손하고 온유합니다. 그래서 심판받는 사람에게 잔혹해질 수 없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정확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우리가 아무리 애틋하고 시린 눈빛을 보내도 상대의 응답을 받는 일은 드물기에 경계하고 조심하게 되는 탓입니다.
그런데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참으로 모진 말들을 내뱉습니다.
"조국 때문에 나라가 후져졌다"
"재판에서 범죄가 확인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선동이 아니면 버틸 수 없다"
그에게 수사와 재판이란 게임인 것 같습니다. 찍고 도려 낸 사람이 나쁜 놈이어야만 내가 이깁니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이 나쁜 놈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기가 피해자인 척하는데 이렇게 힘센 피해자가 세상에 어디 있나”
한 검사장이 보기에 조 전 장관은 피해자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이므로 여러 번의 좌천을 감당하고 있는 자신이야말로 억울배틀의 승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검찰총장과 친검 기자들로부터 비호받는 피해자라니 실소가 나옵니다.
2020년 4월 윤석열 전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언유착 사건에 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감찰본부장의 보고를 묵살하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외부공모로 임명된 판사 출신의 감찰본부장은 내 새끼 한동훈을 안 봐 줄 것 같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검사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반면, 한 검사장은 무사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도 징계도 피해 갔습니다.
게다가 한 검사장에게는 든든한 치어리더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언유착 사건에서 내사랑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처분을 결재하지 않자 마음아파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결재를 6개월째 뭉개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직무유기라고 비난하다가, 그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자 리더십을 잃었는데 무리한 인사를 했다고 광광댑니다.
수사를 종결하지 못하게 된 원인인 내 사랑 한동훈의 핸드폰 비밀번호 제공 거부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당연한 거라고 합니다.
추미애 전 장관이 휴대폰비밀번호 공개법을 검토한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라며 “헌법상 자기부죄 금지, 무죄추정 원칙 같은 힘없는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민주주의의 원칙을 내다 버렸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치어리더들은 앵무새처럼 열심히 따라 외칩니다.
다른 법조인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등이 정당한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법을 만들어 막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한 검사장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방어권을 행사하면 이렇습니다.
"일반인이었다면 오히려 괘씸죄가 적용돼 가중처벌 받을 행동이며, 조 전 장관이기에 쓸 수 있는 전략“
"발상은 좋지만 나중에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고 양형에서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괘씸죄에다가 양형에서 불리한 요소입니다. 한 검사장은 기소될 일이 없기에 치어리더들이 그런 걱정은 안 해줍니다.
"법관에게 있어 정의는 영원한 짝사랑이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지고 사는 것은 버겁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을 포기하면 검찰은 국가의 형벌권을 등에 업고 사람들을 겁박하는 타락한 힘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심판받는 사람에게 잔인하지 않습니다. 내가 오류를 저지를 위험을 생각하면, 나와 심판받는 자 사이의 경계를 자로 금긋듯 할 수 없고 그들과 나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한 마음이 다른 마음을 알아보는 연민이 “조국의 시간”에는 이렇게 그려져 있습니다.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 하는 택시기사, ”잘 버티십시오“란 말을 건네는 대리기사, 주차장에 쫓아와 아무말없이 포장한 음식을 건네는 식당주인, 커피를 주문했는데 쿠키를 덤으로 주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여준 종업원들에 조 전 장관의 마음의 안테나는 떨립니다. 그들로부터 위로를 수신합니다
그리고 책의 발간 후에 조 전 장관은 사법연수원에 걸린 플래카드에 대해 "마음은 짐작이 가지만 떼주시면 좋겠다"고, "이유 불문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놀리는 것처럼 비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그 둘 중에 누가 더 인간다운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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