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윤석열과 앙시앙 레짐
오늘은 최재형 감사원장이고, 내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중앙일보>는 이들을 대선주자로 키운 건 문재인 정부란다.
'文정부 사관학교'라고 조롱한다. 아픈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색할 필요까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지금 우리가 주류처럼 보이지만 민심이 바뀐 게 아니다. 옛날에 깃발 들고 싸우던 때처럼 하면 안 된다. 우리가 먼저 주류답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주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일면식도 없는 최재형, 윤석열을 중용한 건 이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사람 쓰는 폭이 좁아 정치적으로 곤궁해졌던 데 대한 반성도 담겨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어찌 한 길 사람 속을 알겠는가?
최 원장은 처음부터 어색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 등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쉬는 시간에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사원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애초 문재인 정부와 결이 많이 달랐다고 한다. “요새 이런 이야기가 들려~”하면서 최 원장이 먼저 정치 관련 얘기를 꺼내고는 했는데, 전형적인 ‘태극기 부대’의 논리였다고 한다. 일본과 무역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하고 이러다가는 나라 망한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최 원장은 우리 사회 구주류의 ‘총아’가 될 자격이 차고 넘친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 판사 경력에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친인척들은 그가 생각의 성벽을 견고하게 쌓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월성 1호기에 대한 ‘정치적 감사’는 이런 정서와 배경에서 싹텄으리라.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혁명은 반드시 반혁명을 낳는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세력이 검찰과 원전 마피아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이 세력들을 대표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도전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개혁세력과 저항세력이 맞서고 충돌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건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취향으로 떨어뜨리는 오류를 낳는다. 문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난’도 ‘최재형의 난’도 없었을 것이다. 또 개혁의 기치를 내걸면서 우리 편만 골라 썼다면 진즉에 레임덕이 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렵다. 개혁이란 동그란 네모를 굴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절뚝거리면서도 뒤뚱거리면서도 밀고 나가는 수밖에.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재형 감사원장님의 사의표명에 부쳐. - 박주민 의원 (0) | 2021.06.28 |
---|---|
<논평> 최재형 원장은 ‘정치감사’부터 책임져야 합니다 - 양이원영 의원 (0) | 2021.06.28 |
김민웅 교수 프로필 및 경력 + 주요 글 (4) | 2021.06.26 |
[20210625 법무부 검찰 인사 명단]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전입청 기준) (0) | 2021.06.25 |
검사적격심사 통과,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프로필 및 경력 (0) | 2021.06.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