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병 자체를 일으키지 않고 병을 유발하는 행위자(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면역은 병을 유발하는 생물체와 물질, 그리고 암세포에 대한 방어를 모두 일컫는 말로 우리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면역계는 우리를 보호하는 효율성 면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불완전하다.
면역은 우리의 내부 환경을 외부로부터 격리시키는 수동적인 물리적·화학적 장벽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피부는 대부분의 미생물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연속적인 장벽을 형성한다. 피부 표면의 병원체는 쉽게 마르고 사람 피부의 산도에 공격받을 수 있다. 침입하는 병원체는 또한 이미 인간의 피부를 점유하고 있는 천연의 미생물상과 경쟁해야 한다. 학부생들을 위한 미생물학 개론 수업의 고전적인 실험에는 씻은 손과 씻지 않은 손의 피부를 면봉으로 훑어 젤라틴과 같은 배지에 접종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피부에 사는 미생물의 성장을 알아보는 실험이 포함된다. 손을 씻지 않으면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19세기에 발견되었고, 여전히 질병이 퍼지는 주요한 방식 중 하나다.
입에서 침샘은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가는 미생물을 잡아두어 불활성화하기 위해 점액과 면역글로불린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눈물은 눈의 병원체를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위의 산성도는 많은 미생물이 내장을 점령하기 전에 그들을 죽일 수 있다.
신체의 면역 기능에는 선천적 면역계와 적응적 면역계라는 두 종류가 있다. 두 종류의 면역계는 종종 함께 작용하여 감염에 대항한다. 선천적 면역계는 일반적으로 침입과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에 반응하며 질병에 미리 노출될 필요가 없다. 적응적 면역계는 특정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을 인식하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백신 접종은 적응적 면역계를 이용한다. 이 면역계는 인체가 이미 접한 감염을 인지하고 이를 신속하게 방어함으로써 일단 감염이 없어지면 감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한다. 적응적 면역계의 세포 유형은 T세포와 B세포로 나뉜다.
B세포는 활성화될 수 있고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B세포들은 혈장세포가 되는데, 지속적으로 항체를 생산하는 공장이나 병원체를 '기억' 하는 기억세포가 될 수 있다. 병원체에 다시 노출되면 기억 B세포는 혈장세포와 더욱 많은 기억 B세포로 분열할 수 있다.
백신은 스스로는 질병을 일으킬 수 없는 면역 생성 구조를 신체에 넣음으로써 작동한다. 그것은 죽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조각일 수도 있고, 독성이 약한 생물체의 변형된 형태일 수도 있으며, 인간을 감염시킬 수 없는 관련 생물체일 수도 있다. 이것들은 기억 B세포를 만들지만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병원체에 처음 노출되면 면역계는 일주일에 걸쳐 항체를 증산한다. 이후에 다시 노출되면, 그 반응은 더 빠르고 더 특이적으로 몇 시간 안에 항체 생산을 증가시킬 것이다. 면역된 사람이 천연두와 같은 질병에 노출되면 항체가 빠르게 생성되어 침입자가 패배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이런 식으로 백신 접종은 정상적으로는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체의 비병원성 버전에 신체를 노출시켜 신체의 정상적인 방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경우 질병과 백신 접종은 단지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다.
전염병에 노출되었을 때 병에 걸릴 가능성을 100%에서 5%로 감소시키는 가상의 백신을 상상해보라. 일단 누군가를 감염시키면 그 질병 자체는 평균 열 명을 더 감염시킨다. 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1,000명이 사는 마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 1,000명 중 열 명은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너무 어려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다. 만약 단 한 개의 백신만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병에 걸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 질병은 한 명에서 열 명으로 빠르게, 100명에서 999 명으로 급증할 것이다. 곧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아프게 될 것이다.
만약 800인분의 백신이 있다면, 약 240명의 사람들이 아프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접종받았지만 면역이 생기지 않은 사람들이다. 만약 950인분의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앞의 예에서 추론해본다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백신 효과가 없는 사람들을 포함해 약 100명의 사람들이 병에 걸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충분히 많은 부분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될 때, 집단면역이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집단의 상당수가 질병으로부터 보호되면, 질병 발생률은 집단 내의 취약한 사람들이 질병에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다. 전염병은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겨 다니며 살아남기 때문에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하면 지속될 수 없다. 첫 환자(그리고 아마도 그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한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아프지 않게 된다. 집단에서 이 임계 역치에 도달하게 되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보호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보건 관계자들은 종종 백신 접종비율이 집단면역 역치를 초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이 역치를 초과하면, 질병 전파가 종료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질병을 퇴치하려는 노력은 집단면역에 의존해 전염병의 전염을 종식시키려는 것이다.
백신 거부자들, 조나단 M. 버만, 이상북스, 2021. 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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