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책을 보는 중이다.
여러 책을 보면서 갖는 아픔은 아프리카의 아픔을 그야말로 아주 조금 이해한 정도일 것이다
그 긴 세월 그들이 겪었던 비인간적인 대우 앞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저 말할줄 아는 짐승을 쓴다고 생각했을 지금은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의 역사가 나를 아프게 한다.
자원이 많아도, 그것을 관리하거나 운용할 능력이 부족해서, 나쁜 나라들의 꾀임에 넘어가고, 빼앗기고 종국엔 남는 게 없는 역사의 반복.
노예로 끌려가던 때만의 아픔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눈물
지난 130년 동안 식민 정책으로 그 어느 곳보다 고통을 겪은 대륙은 아프리카였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는 수백만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잡아다 '신세계' 오지의 농장으로 끌고 갔다. 북브라질과 카리브해 연안, 훗날에는 미국 남부의 농장과 광산에서 노예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부를 일구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서 이들을 노예로 만든 사람들은 유럽인이 아니었다. 아랍과 아프리카의 노예 사냥꾼들이 가엾은 사람들을 잡아 유럽인에게 팔았던 것이다. 적지 않은 아프리카 종족이 수백 년 동안 이웃을 노예로 삼아 권력을 쥐었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배 계급 대부분이 노예 제도 시절 그런 사냥꾼들의 후손이다.
유럽의 농장주와 하수인들은 350년 동안 1,100만 명의 노예를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수송했다. 가축이나 물건처럼 갑판 밑에 몰아넣고 물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끌고 가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엄청났다.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병이 들어도 무조건 바다로 던져졌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고파는 물건으로 전락하여 착취를 당했다. 가혹한 노동으로 목숨을 잃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학대를 당하다가 죽었다.
유럽의 초기 식민 정책 때만 노예 제도를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슬람 세계도 유럽인 못지않게 많은 흑인을 노예로 삼았다. 7세기와 8세기에 숨 막히는 속도로 탄생한 이슬람제국이 정복 전쟁으로 형성된 식민제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제국의 영토는 서쪽으로 스페인에서부터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를 거쳐 동으로 인도까지 뻗어 있었다. 이렇게 땅이 엄청나게 넓다 보니 노예 수요도 엄청났다. 『쿠란』은 『성경』과 마찬가지로 노예 제도를 범죄로 보지 않는다.
이슬람이 지배하는 지역이 확대될수록 아프리카는 노예의 '주 공급처'가 되어 갔다. 이슬람 세력이 아프리카로 들어가 전쟁을 한 이유도 오로지 노예를 얻기 위해서였다. 신앙의 확대는 부차적인 이유였다. 이미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 노예전쟁은 권력이나 명예, 영토를 목적으로 하는 '정상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전쟁의 목적은 오로지 정복한 땅의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사람 씨앗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주민들을 모조리 끌고 가 버리지는 않았더라도 그곳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정체성은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 그러니 '민족 말살' 이라는 말을 써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슬람과 유럽의 식민 정책은 지금까지도 아프리카에 심각한 상처로 남아 있다. 1,25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노예사냥으로 사라진 사람은 4,00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초기 이슬람의 식민 정책 (7~8세기)과 유럽의 식민 정책(16세기)은 아프리카의 노예화를 낳았지만, 19세기 유럽의 후기 식민 정책은 노예 제도를 종식시켰다. 특히 교회의 지배 계급과 달리 노예 제도를 비기독교적이라고 비판했던 유럽의 소수 기독교인들이 큰 공을 세웠다. 유럽 열강들은 자기들끼리 아프리카를 분할한 뒤 짧은 기간 안에 노예 무역을 금지했다. 그 이유는 식민지의 경제적 수탈(커피, 카카오, 차, 지하자원 등의 식민지 상품)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행위 역시 비기독교적일 수 있다는 비판은 아무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구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노예 제도를 종식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만은 강조할 만하다. 민주주의와 더불어 서구 문화의 위대한 정치적 업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역사, 게르하르트 슈타군, 이화북스, 2019. 15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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